아무도 궁금해하지는 않지만 적는 나의 요즘 근황
살아간다는 건 늘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과 닮아 있다.
취미를 즐기는 마음보다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오고, 하고 싶은 글을 쓰는 마음보다 수능 준비가 우선이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얇은 종잇조각처럼 구겨져 책상 한쪽에 밀려나 있다.
가끔은 내가 물속에 잠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숨을 쉬고 싶은데 공기가 닿지 않고, 손을 뻗어 위로 올라가려 해도 다시 가라앉는 기분. 몸은 분명 살아 움직이는데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 바닥으로 끌려 내려가는 것이다.
수시 원서 접수는 이미 끝났다.
시간은 잔인할 만큼 일정하게 흘러가고, 나의 불안과 두려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학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 앞에서 나는 이렇게 작아지고 불안해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걸까. 결국 종이 몇 장에 적힌 글자들이 나의 길을 정해 버린다는 사실이 두렵다.
친구들과의 거리는 예전 같지 않다.
서로 다른 길을 준비하다 보니 대화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진다. 조급해지는 마음이 그 틈을 더 벌려 놓는 것 같아 괴롭다. 마치 나만 멀리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더욱 외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있다.
이 시간이 끝나야 비로소 내가 숨을 크게 내쉴 수 있다는 것을. 이 과정이 지루하고 고통스럽지만,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문제집을 펼치고, 스스로에게 작은 다짐을 남긴다.
언젠가 이 긴 시간들을 지나 물 밖으로 올라왔을 때, 나는 다시 글을 쓸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써 내려가며, 오늘의 무거움을 기록할 것이다. 물 밑에서 버틴 날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노라고, 그때의 나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