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숫자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 숫자가 결국 내 미래를 가르는 이 세상 안에서, 아무리 몸부림쳐도 결국 나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점수, 등수, 석차 같은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나를 설명하고, 나조차도 어느새 그 기준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 틀에 휘둘리지 말자’, ‘진짜 나를 잃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시험지를 받아 들고 결과 앞에 서는 순간, 나는 그 안에서 열심히 굴러가는 하나의 쳇바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버텨야 하니까, 벗어날 수 없으니까.
그 현실 앞에서 마음속의 외침들은 점점 작아지고, 나는 조용히 체념하게 된다.
이렇게 또 하루를 버티며, 그대로 흘러간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로.
벗어나겠다고, 달라지겠다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그렇게 수없이 되뇌면서도,
막상 학교에 가면 다시 현실의 촉박함에 내몰린다.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고, 성적표 하나에 기분이 널뛰듯 흔들리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며 또 자책하게 된다.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어느새 또 조급함에 쫓겨 나를 다그치고 있다.
그렇게 애쓰다 보면 지치고, 지쳐도 또 애쓰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점점 무뎌지고 있는 나를 느낀다.
정말 이게 맞는 길인지,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건지조차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