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여름 사이

일상 一想

by 조은영 GoodSpirit

“사랑이 아닌 말들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여름이 아닌 말들로

여름을 말할 수 없다

지글지글 푹푹 자글자글 푹푹

나는 여름의 솥 안에서

익어 시들어졌다

유난히 기세등등했던 이번 여름

여름은 다 죽일 듯이

푹푹 쪄대면서도

견디어낸 것들에게는

항상 성장을 약속한다


볕에 그을린 얼굴들

더욱 짙고 무성해진 잎들처럼

여름은 여름 안에

수많은 여름을 품고 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그 수많은 여름들이며


세종수목원에서 만났던

지중해와 열대기후의 여름들도

여름이 품은 수많은 여름들이다


각자의 여름이

각자의 생명을 키워낸 것이다

여름은 견디어내기만 한다면

성장을 약속하니까

여름과 여름 사이에는

여름이 있다


여름은 오고

또 오고


가더라도 다음 여름을

기약한다


우리의 여름도

다시 올 것이다


2024. 8. 10. 세종수목원
2024. 8. 8. 순창 복흥계곡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