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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의 집입니다

저작물의 마음

by 조은영 GoodSpirit

나는 마음의 집입니다. 나를 지은이는 나의 기초를 닦고 뼈대를 세우고 거푸집으로 벽을 단단히 채웁니다. 그리고 지붕을 덮고 창과 문을 달지요. 지은이는 일렁이는 마음들을 다듬고 다듬어 넘치지 않게 집을 채워나갑니다. 창과 문은 열 수 있도록 하여 당신과 소통하는 것을 잊지 않지요. 마음의 집은 책이 되고 노래가 되고 영화가 되고 춤이 됩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수많은 마음의 집들이 있습니다. 모두 고유한 저작물들입니다.


그러니 나의 고유함을 해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나의 문을 열고 내게 들어와 나를 볼 수 있지만 집 안에 있는 것들을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창을 열고 나를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창을 떼내어 당신의 집에 달 수는 없습니다. 나는 나를 지은이의 분신이니까요. 내가 내 모습 그대로 빛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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