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하언니집을 지나면 얕은 냇물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놓여있었다 물이 불면 조심성 없던 나는 신발이 젖곤 했다 징검다리를 건너 논둑을 지나 한참 걸어가면 쑥밭이 있었다 누가 심지도 가꾸지도 않는 무성한 쑥 무더기가 모여 앉았다 그 옆에 쪼그려 앉아 툴툴대며 쑥을 캐다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았다
볕 좋은 날, 소쿠리와 과도를 끼고 엄마 손에 이끌려 꼼짝없이 앉아 쑥이며 냉이를 캤던 그때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그런데 이상도 하다 마흔이 넘어서는 이른 봄, 볕 좋은 날이면 쑥 바람이 불어와 나물 캐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