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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영 Good Spirit Nov 18. 2024

오늘도 소리 내어 울어라

일상 一想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베란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서 소리 내어 크게 울었다. 충족되지 못한 갈망이 아이를 울게 했겠지.


 울음은 삶을 담은 원초적 소리이다. 아기가 산도를 통하여 나오면서 가장 먼저 내는 소리는 우는 소리. 아파서 운다. 낯설어서 운다. 그리고 하나둘씩 울음의 영역이 확대된다. 고파서 울고, 기저귀가 젖어서 울고, 놀라서 울고, 우는 것이 일상이다. 그 울음에는 삶의 의지가 담겨있다.


 아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운다.  슬퍼서 울고, 속상해서 울고, 기뻐서 울고. 감격해서 울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고도 운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 울지 말라고 한다. 어른이 울면 된다고, 창피하다고, 미숙한 행동이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타의에 의해 울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아파도 울지 않는다. 슬퍼도 울지 않는다. 속상해도 울지 않는다. 기뻐울지 않는다. 감격해 울지 않는다. 다른 이의 아픔을 보고도 울지 않는다. 자신을 죽음까지 내몰아 가면서도  울지 않는다.


 죽은 자는 수 없다. 울음은 오직 자만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의지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우는 법을 잊은 채 죽음의 문을 열지 말고 오늘도 소리 내어 울어라. 아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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