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을 뜨니 6시다.
알람은 5시 30분인데, 이렇게 알람을 못 듣고 잔 적은 일 년에 한두 번, 그날이 오늘이다.
그래도 늘 하던 아침 루틴은 그대로다.
별 탈 없이 출근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를 켠 순간, 어째 앞이 뿌옇다.
눈을 비벼본다. 그래도 뿌옇다. 어? 머지?
다시 눈을 비벼본다. 그래도 뿌옇다.
급기야 직원이 효과 즉빵이라며, 안약을 내민다.
넣고, 눈을 감고 기다려본다.
잠시 맑은 느낌인가 하더니 다시 뿌옇다.
종일 뿌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하루.
종일 뿌연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나의 눈이 무던히도 노력했나 보다.
토끼 눈에 뻑뻑한 눈이 나에게 소리친다. "제발 좀!! 그만 눈 좀 감고 있어!"라고.
뿔난 듯한 눈의 외침에, 끽소리 않고 순한 양처럼 눈을 꼭 감는다.
세상은 온통 까맣지만, 눈이 속삭인다. "그래, 그렇게 좀 있어봐, 좀 괜찮지?"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오랫동안 당연하다 생각하며 나의 눈을 혹사시켰구나 싶다. 그나마 어릴 적엔 알록달록 예쁜 세상도 많이 봐었건만, 언젠가부터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답답한 곳에서 책과 씨름하거나 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쉴 틈을 준 적이 별로 없다.
거기에 요즘은 종일 컴퓨터에서 눈을 떼질 않으니 더 힘들었겠구나 싶어, 내심 미안하다.
잠 깨면, 눈 뜨고 다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나를 위해 열 일 하는, 그럼에도 너무 당연해, 당연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눈인데, 급기야 불편한 상태가 되니, 여태 버텨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거였구나 싶어진다.
당연한 건 없다.
너무 가까이 있어 생각하지 못한 것들, 또는 사람들과의 일상을,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생각하며 대해왔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건 없음에도 말이다.
당연하다 생각한 것들이 갑작스레 불편해지는 순간에야, 그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때서야 일상을 멈추고 당연하지 않았던 것임을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지금처럼.
당연한 건 없다. 단지, 당연하다 생각할 뿐이다.
당연하다 생각하는 순간, 고마운 마음은 사라진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 특히! 늘 나와 함께 하는 나의 눈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시간으로 채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