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의 고봉밥

새해 아침

by 양월송

새해아침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며 잠든 정신을 말끔히 깨워준다. 그때 뜻밖에도 초인종이 울렸다.

새벽같이 찾아온 손님은 사람이 아니라 택배였다.

쿠팡도, 이웃도 아닌 아주 먼 곳에서 온 선물이었다.

발신인은 알 수 없었다. 상자를 열어 보니 ‘2026년’이라 적힌 종이와 고봉밥 한 그릇이 들어 있었다.

반찬은 각자 알아서 드세요 짧은 메모가 전부였다.


이 고봉밥은 대한민국 오천 이백만 국민에게 차별 없이, 공평하게 보내졌다고 한다. 이름 하여 365일. 하루에 한 숟가락씩만 먹을 수 있고, 미루어 두거나 남겨 둘 수는 없단다. 나는 그 밥그릇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양이 넉넉해 보이기도 했고, 반찬 하나 없어 막막해 보이기도 했다. 경제가 살아나 밥상에 찬과 찌개, 고소한 국물까지 곁들여지면 얼마나 좋을까, 소박한 바람도 슬며시 얹어 본다.


올 한 해가 길고 넉넉해 보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일 것이다. 문득 지난해가 떠올랐다. 2025년의 고봉밥은 반쯤 먹고 남겨 두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누가 먹었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짐해 본다.

2026년의 밥알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주어진 하루를 미루지 않고, 해야 할 일은 제때 하며, 욕심은 조금 덜어내고 살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유머 한마디로 사람들에게 앤돌핀이 넘쳐나서 웃게 하고 싶은데 그런 재주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내 글과 말이 누군가에게

알사탕처럼 달콤한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음 한편에 행복의 씨앗 하나 심어 무성하고 튼실한 나무로 자라게 하고 싶다. 무더운 태양아래 땀 흘린 사람들에게 쉬었다 갈 수 있는 큰 나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나무 밑에는 누구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예쁜 돗자리를 깔아놓아 쉬었다 갈 수 있기를 욕심내 본다.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으려 한다. 넉넉하되 인색한 사람이 되지 말고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어놓고 자랑할 것은 없어도,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을 다행으로 여기며 감사한 마음이다.


2026년의 고봉밥은 내 것이 아니라 덤으로 받은 선물이라 여기고, 하루 한 숟가락씩 공손히 받아먹으며 마무리를 준비하리라. 목적지까지 가는 열차표는 이미 예매되어 있으니, 괜한 걱정은 내려놓는다. 그래서인지 새해 아침, 이유 없이 마음이 가득 찬 기분에 흐뭇하다. 오늘도 활짝 웃으며 숟가락을 들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