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던 어느 날
양월송
애들이 어릴 적 부업으로 밤을 새우며 과자 반찬 값을 보탠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부업으로 일 하다 보면 잠이 부족했는지 눈병도 아닌데 자주 눈이 아팠습니다. 눈이 짓물러져 고통스러웠으며 낮에는 눈을 뜨고 햇빛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나에게 아는 지인을 통해 우유 대리점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너무 반가워 우유대리점을 찾아가 배달할 수 있는 조건과 의무와 물건 관리하는 법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요령 등 설명을 듣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일 하러 나오라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직장을 다녀보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두려움도 컸습니다. 우유 배달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애들을 봐주는 사람도 없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섯 살 네 살 된 두 애들 걱정이 처음으로 애들을 떼어놓고 나가야 하는 마음이라 걱정이 컸습니다. 처음 해본 일인데 지혜롭게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요.
우유는 새벽에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통행금지가 있던 때였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목적지에 나가서 배달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이라 익숙하지 못해 서투르고 불안했습니다. 인수받는 가구수효는 이백여 가구였지요. 처음시작을 하니 가는 집 다시 또 가고 배달해야 할 다른 가구는 배달하지 않아 혼선으로 엉망이었습니다. 다음날 가면 어제 우유와 요구르트 가져오지 않아서 애들이 울고 야단이었다며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아 죄송합니다. 인사를 드렸지만 난감했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만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았고 부족하기 때문에 착오가 많았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마을길이라 환경은 좋지 않았습니다. 도로가 포장되지 않는 길이라 그냥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든 도로였습니다. 저녁에 비가 많이 내려 흙투성이로 변한 길이 질퍽거리고 매우 미끄러웠습니다. 나는 조심히 리어카를 끌고 내려갔지만 언덕길이라 미끄러지고 말았지요. 우유가방과 요구르트 리어카가 엎어져 흙투성이가 되어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골목에서 넘어지는 쿵 소리를 들었는지 어느 아줌마가 내다보더니 들어가 대야에 물을 받아와 우유와 요구르트 가방 등을 깨끗하게 씻어주며 대화할 시간은 없었지만 몇 번이나 새로 물을 받아와서 정성스럽게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 아줌마의 덕분으로 우유배달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아줌마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난감하고 아찔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위기에서 구해준 그분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했을까. 우유와 요구르트라도 애들 먹이라고 몇 개를 주었는지 기억이 없어요 고맙다는 인사만 한 것 갖습니다. 철이 없었을까요? 비가 와서 정신이 없어서였을까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지혜롭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항상 간직하고 있었지만 배달은 이른 새벽이라 우유와 요구르트는 대문에 걸려있는 주머니에 넣고 수금은 말일에 하기 때문에 얼굴을 익히 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작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얼굴은 잘 알지를 못한 상황이었지요. 나에게 천사와 같이 예쁜 마음을 가진 고마운 그분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제공받았으니 나도 다른 분에게라도 이런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다짐해 보았어요. 내가 받은 사랑과 고마움을 생각하고 주위에 다른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나도 빗길 언덕에서 미끄러워 넘어진 흙투성이가 된 우유 가방과 리어카를 생각하며 이른 새벽에 대야에 물 떠 와 우유랑 가방을 씻어준 귀한 그분의 마음을 잊지 말자. 작은 것에서부터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 그분한테 갚지 못한 고마움을 필요하는 다른 분에게 꼭 갚으며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고마운 마음과 감사의 눈물이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