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by 양월송

부자는 모를거야 이 행복을


사각사각 씹히는 달콤한 단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정류장 앞에 가계에서 단감을 한 봉지 샀다.

남편도 좋아하니 “당신 먹으라고 사 온 거야.” 인심 한 번 쓰려고 산 것이었다.

봉지가 묵직하니 마음도 괜히 넉넉해졌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의자에 감 봉지를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은 화면 위를 바쁘게 오르내렸다.

오늘은 유럽, 내일은 동남아. 공짜 세계여행을 다니듯 사진 속 풍경을 넘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버스 왔어요!”

누군가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얼른 일어나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골 언니들과 시골에 내려갔을 때 나눴던 재미있는 대화가 떠오르고,

친척들이 건네준 작은 칭찬이 생각나 마음이 또다시 황홀해졌다.

그 여운에 젖어 있다 보니 어느새 우리 집 앞이었다.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지? … 내 감 봉지?”

정류장 의자 위에 얌전히 놓아둔 그 봉지가 번개처럼 떠올랐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다시 가자니 버스요금이 아깝고, 그냥 포기하자니 감이 먹고 싶고.

“더 살아서 뭐 하니,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챙기고.”

한참을 나 자신을 질책했다.


이제는 남편에게 당신 누구요? 할 것이고

내 마음까지 놓고 다니다 내 마음을 찾으러 다닐지 걱정된다.

괜히 엉뚱한 상상을 하다 보니 슬며시 화도 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탓할 데가 없으니 더 속이 쓰렸다.

그래도 마음이 쉽게 접히지 않았다.

‘가자.

있으면 가져오고, 누가 집어 갔으면… 또 사지 뭐.’

돈이 많이 있는 사람도 아니면서 어디서 배짱이 생겼는지.

퇴근 시간이라 길은 막힐 테고, 오가는 데 두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인데 요금도 아깝다

몸도 피곤했다. 발길은 이미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감이 먹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끌고 갔다.

그런데.

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그 자리에 감 봉지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순간의 기쁨이란!

“반가워, 감 봉지야. 고마워. 은혜 잊지 않을게.”

괜히 헛웃음을 치며 봉지를 한 번 더 꼭 안았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을 되찾은 사람처럼 가슴이 벅찼다. 이만원 주고 산 감이지만 반가웠다.

똑같은 회사 버스를 타면 환승이 되지 않아 한 정거장

다른 버스를 타고 내려 다시 갈아타고 집으로 왔다.

계산해 보니, 처음 올 때 냈던 버스요금 안에서 백 원 추가 해결되었다.

추가로 다시 돈을 더 내지 않아도 된 것이다.

집에 와 봉지를 내려놓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비싼 자가용을 타고 다닌 사모님

“부자는 모를 거야, 이 기쁨을.”

교통비 1,750원의 기쁨.

감 한 봉지를 되찾은 안도감 공짜로 누가 준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헛돈 쓰지 않았다는 묘한 뿌듯함.

우리는 가끔 큰돈에는 무심하게 아무 생각 없이 쓰면서 작은 교통비 요금에 인색해진다.

누군가는 웃을지 모르지만, 그날 나는 분명히 행복했다.

사각사각 달콤한 단감을 베어 물며 생각했다.

부자는 모를 거야.

교통비 두번이나 왕복 1,750원을 지불하고 이 행복을.

그리고 감 봉지를 다시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을.

감봉지가 있네 하고 호들갑을 떨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고 미쳤나 할까 봐서 참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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