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양월송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만 되면
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시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
이 시간에도 가슴 한쪽이 먹먹해집니다.
여름에는 보낼 것이 없다며
조심스레 깻잎을 보내도 되겠냐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보내주면 고맙지만,
더위에 언니가 힘들까 봐
“그냥 두세요. 힘드신데요.”
말을 아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뒤, 택배가 도착했어요.
깻잎 상자라는 걸아는 순간 마음이 먼저 반가웠습니다.
신세 진 이웃과 양념해서 나눠 먹어야지 생각했지요.
더운 날씨에도 언니의 손길이 담긴 상자라
얼른 열어보고 싶었어요.
박스를 열자 깻잎이 한 장 한 장
숨을 고르듯 가지런히 담겨 있었습니다.
마르지 말라고 얇은 비닐까지 깔고 덮어
언니가 얼마나 신경 썼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자 안에서
훅, 하고 더운 김이 올라왔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운데 깻잎들이 더운 날씨에
짓물러 움푹 가라앉아 있었어요.
그 순간
정성스레 따서 하나하나 놓았을 언니의 손길이 떠올라
가슴이 그대로 꺼져 내리는 듯했습니다.
아까워서 차마 버릴 수 없어 살펴보았지만
양옆만 조금 싱싱할 뿐 나머지는 삶아진 것처럼
어찌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쁘고 더운 날씨 속에서
힘들게 따서 보냈을 언니를 생각하니
깻잎보다 먼저 제 마음이 짓물러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전화를 드려야 했기에
마음을 다잡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언니, 잘 받았어요.
힘드셨을 텐데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양념해서 잘 먹을게요 하면서 마음은 속으로
울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슴을 한 번 더 쓸어내렸습니다.
짓물렀다는 말은 끝내 할 수 없었어요.
언니는 언니 나름대로
바쁜 와중에도 보내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그 더운 밭에서 깻잎을 따셨을 테니까요.
며칠 뒤
여러 사람과 나눠 잘 먹었다고 또 한 번 거짓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제 마음속에서는 언니의 정성만을 꺼내어
오래오래 씹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몇 해가 흘렀지만
깻잎만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찡합니다.
언니의 사랑이
그 여름날 깻잎처럼
쉽게 상해버린 것 같아 속상했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깻잎향이 언니를 그리워하며
향기롭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