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은 줄인다.
얼마전 과자의 과대포장을 풍자하는 질소과자라는 용어가 생겼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정작 과자 봉지 속에는 과자보다 질소양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처럼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이는 것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서 기업은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여 영업마진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우리가 마트에서 자주 사는 식료품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발견되고 있다. 냉동 핫도그(5개->4개), 맥주375ml->370ml), 핫바(280g->230g) 등 갯수, 무게, 부피를 줄이고 있다.
소비자입장에서는 포장은 똑같은데 중량과 갯수만 줄이니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실태조사 후 관련 제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인데 브라질의 경우 용량변화가 생겨면 전후수치를 포장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피자피자'의 경우 가격은 그대로인데 크기를 44% 늘려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슈링크플레이션과 정반대의 전략을 취해 매출증대를 가져왔다. 이 기간 글로벌 1위 업체인 도미노 피자는 매출이 4% 감소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가맹점주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게끔 본사 예산으로 제품 증량 비용을 충당했다. 소비자와 가맹점은 이런 역발상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주요 정부부처는 범부처특별물가안정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각 부처는 연일 물가 관리를 위해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물가 체감도가 높은 빵, 우유 등 가공식품까지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서 관리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리자체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 가격을 변동시킨 업체에 대한 통제는 시장경제가 맞지 않는 일이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애로사항 청취 정도 일것이다. 정부가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금리조절 뿐이다. 원재료 가격이 모두 뛰는데 이를 통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말그대로 정부가 연일 언론을 통해 기업의 편법과 꼼수에 대해 언론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품 용량 등 변경 사항을 소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현행 단위가격표시제에 따라서도 단위당 가격을 알 수 있지만, 기존 용량 대비 가격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소비자가 알수 있도록 하려면, 매일 가격을 표시해야 함은 물론이고 과거 가격에 대한 기준도 잡아야 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