뫄뫄년생 솨솨띠씨 (1)

마흔 넘어 다시 쓰는 전 직장인, 현백수의 일기

by 태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 엔간한 일에는 꿈쩍도 안 하지만 그럼에 불구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중에 단연톱은 '뫄뫄년생 솨솨띠'씨이다.


나는 남들보다 직장생활을 늦게 시작했다. 그렇기에 사회 초년생 때는 나와 같은 직급의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어렸다. '뫄뫄년생 솨솨띠'씨는 그런 시기에 만나게 되었다. 나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팀 이동을 하게 되었고 이동하는 팀의 팀원이었던 '뫄뫄년생 솨솨띠'씨는 팀 이동 첫 출근날 날 조용한 회의실로 불렀다. 그리곤 아무런 깜빡이도 켜지 않고 바로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뫄뫄년생 솨솨띠입니다!"


박장대소하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나는 최소한의 예의를 장착한 차가운 도시의 사회인의 가면을 쓰고 응대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년생 ㅇㅇ띠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 맞나? 그쪽도 몇 년생인지 무슨 띠인지 알려줬으니 나도 응당 알려줘야 하는 거 맞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나이와 띠를 밝였으나 돌아오는 의외의 대답.


"어? 누나네? 아 이러면 일하기 힘들어지는데"

아이고야, 머리가 아파진다.


한국은 장유유서의 나라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편해지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직급이 낮아도 나이가 많으면 조금스럽게 대하고 10의 강도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장유유서의 힘으로 6에서 7쯤으로 줄어든다. 메리트라고 하면 메리트인 것이다. 이런 엄청난 장점도 사회초년생 때는 그저 억울함 뿐이다. 나이 먹은 것도 억울한데 왜 다들 나를 다르게 대할까, 아프지는 안지만 조금은 불편한 얼굴에 난 자그마한 뾰루지처럼.


그렇게 나는 '뫄뫄년생 솨솨띠'씨의 자그마한 뾰루지가 되었다.

어느 날은 내 일에 트집을 잡다가도 어느 날은 날 포섭하고 싶어 했고 또 다른 날은 나에게 그만의 사회생활 노하우를 티칭 해주길 원했다. '뫄뫄년생 솨솨띠'씨는 간혹 나를 어두운 창고로 불러서 그렇게 일하면 팀장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다가도 갑자기 돌변해서 팀장에게 나의 행적(?)을 고하겠노라 호통치기도 했다.


"아 네, 말씀하세요. 욕먹어도 팀장님한테 직접 먹겠습니다"


그는 늘 내 옆자리에서 나를 주시했고 나는 늘 그의 옆자리에서 그의 말을 마치 라디오 방송 중간에 나오는 광고 마냥 흘려 들을 뿐이였다.


내가 퇴사하는 날 '뫄뫄년생 솨솨띠'씨는 고맙게도 싸구려 와인 한 병을 나에게 선물해 줬다.


"결국 우리가 통한건 술뿐이었네요"


그는 멋쩍어하면서 와인 한 병을 건넸다. 나는 도대체 우리가 한 가지라도 통한 게 있기는 했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고, 그날 바로 그 싸구려 와인을 뱅쇼로 만든다며 부엌을 헤집어 놓았다.


'뫄뫄년생 솨솨'씨, 이제서야 고백합니다.

당신이 주신 와인은 뱅소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부디 기뻐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아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