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하여

마흔 넘어 다시 쓰는 전 직장인, 현백수의 일기

by 태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좀 특이한 아이였다. 엄마말에 의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키우기도 힘들었고 말도 ‘더럽게’ 안 들어서 좌절하면서 날 기르셨다고 한다.


근데 나도 스스로가 좀 특이하다는 걸 알아서 사는 게 너무 괴로웠다. 나는 왜 남들이랑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까? 왜 나는 감정의 깊이가 남들과 다를까? 그렇게 왜 나는 ‘다를까’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그 괴리감에 괴로워진다. 그렇게까지 괴로우면 사실 그 갭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똥고집 고집불통인 나는 괴로워만 하고 갭을 결코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 말로 ‘개노답’인 것이다.


이런 개노답인 나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고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초면인 사람들과 스몰토크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통성명을 하면서 기혼여부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17년 차라고 하면 다음 질문은 으레 “아이는 있으세요?” 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아이가 없다.

안 생긴 건지 안 낳은 건지는 내가 굳이 쓰지 않아도 이미 짐작이 가셨으리라.


없다고 하면 대화는 거기서 끝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지만 간혹 딩크인지 생기지 않은 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에 아홉은 내 얼굴에 ‘딩크’라고 쓰여있는지 “딩크죠?”라고 단정 짓는다. 난 굳이 딩크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노력했는데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딩크라고 하는 순간 매우 피곤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서 그 뒤로는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피곤한 일을 겪게 한 사람은 딩크족이란 참 이기적인 거라면서 결국 아이를 위해 희생할 마음이 추호도 없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근데 사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라서 그 말을 들은 나는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난 아이를 위해 희생할 자신이 없어서 낳지 않은 거고 내가 이기적이라서 낳지 않은 거다. 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엄마의 희생 위에 커가는지 나도 잘 안다. 나도 자식이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겁쟁이고 이기적이어서 내가 희생할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을 뿐이다.


난 그 사람의 말에 끄덕이면서 긍정하고 그 말 그대로라고 대꾸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걸?) 왜냐면 애초에 나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그 말은 그 사람의 생각한 결말과는 다르게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작전을 바꾸어서 자식이 없으면 말년에 고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이 있어도 말년에 고생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자식이 없으면 고생한다고 하는 것이며 자식이 그저 나의 말년을 책임지기 위해 이 험난한 세상에 태어나는 건가?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면서 조금은 불쾌해졌다. 아무튼 그냥 웃으면서 그러게요 저는 말년에 고생을 하겠네요라며 대화를 마치고 싶었으나 그 사람은 한판 더 들어온다.


“자식이 주는 행복을 평생 못 느끼겠네요?”


와, 이게 저 사람이 나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한방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얼마나 멍청한 말인지 씁쓸해졌다.

나는 자식이 없어서 애초에 그 행복을 모를 뿐더러 낳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을 보면서 “아! 나는 자식이 주는 행복을 못 느끼겠구나!”라고 생각할 일도 없는 것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나한테 이런 말들을 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라는 생각에 도달하자 이 사람 설마 애 키우느라 너무 힘든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마도 “아이”라는 건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다른 “힘듦”으로 치환될 수 있고, 그리고 그 힘듬에 매몰되면 그 힘듦을 경험해보지 못한 누군가가 원망스럽고 저 사람도 내가 느끼는 고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모종의 감정이 피어나는 걸까?


그 사람은 내 마음을 긁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왜냐면 나한테 “아이”라는 건 내 인생에 없을 예정이고 그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나한테 의미가 있었다면 나는 두고 두고 그의 말에 속상했겠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내가 가끔은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없고 없을 예정이고 한없이 이기적인 인간인 것이다.



덧붙이는 말 : 오해는 말아주세요. 세상은 아이에게 더 따뜻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없을 뿐 엄마가 아이를 편히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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