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를 내려놓는 시간

by 김미숙

18년 가까이 한 직장을 다니며 그녀는 중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출근 시간에 몸이 먼저 반응했고,

같은 엘리베이터, 같이 쉬는 공간, 같은 얼굴들...

같은 인사말 속에서 하루를 자연스럽게 흘러 보냈던 시간들..... 공간들...!

퇴직을 며칠 앞둔 그녀의 얼굴에는 묘하게 다른 두 감정이 겹쳐 있었다.

한편으로는 시원함!

그리고 그보다 더 깊게 남는 서운함!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를 당연하게 들을 수 없다는 사실,

내일의 일정이 아니라

자신이 빠진 자리의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무리 속에 있을 때는 몰랐다.

그 무리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울타리였는지를,

불평도 했고,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지만, 막상 나가야 할 시간이 되니 그 안에서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생각보다 단단했음을 깨닫는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관계에서 한발 물러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매일 함께였던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늘'한 사람'이 아니라 '한 구성원'으로 불렸고 이제는 그 이름표를 내려놓는다.

무리를 나오는 순간,

지유보다 먼저 찾아오늣 것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외로움이다.

누군가와 나누던 하루도 이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간...

이제는 자신에게 조차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게 된다!.

그래도 그녀는 안다

이 외로움이 공백이 아니라는 것을

18년을 성실히 살아낸 사람에게만 조용히 허락되는 다음장이라는 것을.....


무리에서 나와

비로소 나에게로 가는 날!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서툴더라도

그녀는 새로운 리듬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녀는 이제 구성원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우뚝 자유로이 설것이다!

해서 나는 그녀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