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어찌하오리

by 김미숙

결혼을 한 뒤로 그는 늘 부족했다.

돈이 부족했고,

체력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준비가 부족했다.

젊을 때는 그 부족함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몸은 어떻게든 버텼고, 내일은 오늘 보다 나을 거라고 믿었다.

부족함은 잠시 머무는 상태일 뿐,

인생의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몸이 먼저 무너졌다.

병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한번 무너진 몸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예순 중반의 나이에 '스스로'가 아닌 '의지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를 가장 힘들게 한다.

그는 요즘 젊은 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힘이 있었고, 시간도 있었다. 밤을 새워도 다음날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쌓아 둘 수 있는 시기였다는 걸!!!

차곡차곡이라는 말을 그는 이제야 실감한다.

돈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기술, 경력,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까지....

그 모든 것이 인생의 창고에 조금씩 쌓였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창고는 넉넉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비어있다.

젊은 날의 선택들은 대체로 즉흥적이었다.

오늘을 버티는데 급했고, 내일을 계획하는 일은 늘 미뤘다. "언젠가는"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고, "아직은"이라는 말로 현실을 외면했다.

그렇게 미룬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이가 되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지금 와서 어찌 하오리!

이 말에는 포기가 아니라 남아 있는 삶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안고, 그래도 내일을 살아야 하는 사람의 낮은 목소리다.

그래서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지금 와서 어찌하오리!"

그 말속에는 체념도 있고, 자책도 있고, 너무 늦어버렸다는 자각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말 안에는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도 섞여 있다.

후회는 아직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더 잘 살고 싶었다는 욕심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비록 몸은 병들고, 경제력은 빈약해졌지만, 그는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나이에 새로 쌓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젊은 날을 통째로 잃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가 살아온 시간에는 실패와 미숙함만 있었던 건 아니다.

가족을 지켰고, 하루하루를 버텼고, 최소한 도망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은,

아직 그의 창고 한편에 남아 있다.

지금 와서 어찌하오리~

그 말은 끝이 아니라,

뒤늦게 내뱉는 인생의 고백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