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벚꽃 내리던 날, 그를 잃을 뻔했다

by 김미숙

퇴근 후, 모처럼 남편과 함께한 외식,

저녁 하늘은 봄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벚꽃은 마치오래전 우리 연애 시절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 참! 예쁘다~~"

잠시 잊고 있던 설렘이 가슴 언저리를 스쳤다. 막둥이 저녁을 사다 주기로 하고 우리는 동네 돈가스집을 들렀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등심 돈카츠를 포장주문하고 나오는 길, 남편은 가게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벚꽃을 맞으며, 한쪽 입술이 귀까지 올라가 있었고 침까지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만해! 재미없어!"

장난이 심한 사람이라 처음엔 웃으며 말했지만, 뭔가 심상치 않았다. 얼굴을 잡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내 손에 닿은 그의 얼굴은 낯설었다. 급히 119에 전화를 했지만, 당황한 나는 평소 익숙하던 거리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길가 간판을 읽어 간신히 위치를 알리고, 구급차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도착했다.

그 순간, 딸아이의 저녁까지 신경 써야 했다. 남편을 실은 구급차가 떠나기 직전 주문했던 돈가스를 배달로 돌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접수대 앞에서, 나는 마치 내 몸이 아닌 듯 떨리고 있었다. 글씨를 쓸 수 없어 왼손으로 오른손을 억지로 붙잡아가며 접수서를 작성했다. 그 사이 남편은 이미 발가벗겨진 채 링거를 맞고, 기저귀를 차고 여러 명의 의료진이 그의 몸을 부여잡고 있었다. 본능만 남은 그의 몸은 발부등을 쳤고 간호사는 묻는다. " 너무 몸부림이 심해서 잠시 묶어도 괜찮을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검사가 이어지고 퇴근 중이시던 선생님 두 분이 급히 들어오셨다. 그리고 수술.... 무슨 동의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류에 나는 펜을 들고 그저 남편을 살려 달라는 마음 하나로 사인만 반복했다.

"술기운이 있어 마취가 잘 안 됩니다" 교수님의 말에 나는 사정했다. "괜찮아요! 제발 마취를 한번 더 해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또다시 서명을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신 교수님의 뒷모습을 보며 모든 신들을 불러 보았다!

"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님........."

"이 사람만 살려 주세요! 뭐든지 다 할게요. 저 사람만....."

눈물이 멈추지 않아 옷이 흠뻑 젖었다.

너무 불쌍한 남편, 저 사람을 이렇게 보낼 수 없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수술을 마친 의료진은 그를 중환자실로 옮긴다고 했고, 나는 남편의 옷가지며 물품을 받아 들고 멍하니 병원을 나섰다.

새벽 2시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새벽, 택시 안에서 나는 내내 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대체 뭐길래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가!

집에 도착하니 딸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수술 잘 됐어. 내일 깨어나실 거야!"

떨리는 마음을 감춘 채, 아이를 안심시키고 나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밤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다. 뇌경색이 무엇인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눈을 붙인지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눈물이 마르기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