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활, 천 번의 시작

by 김미숙

"움직여 보세요!"

작은 목소리에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중환자실을 들어가니 왼쪽 병상에는 중증환자들이 힘든 싸움을 하며 즐비하게 누워 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혈색이 좋아 보여 안도 했다. 반가움을 뒤로 한채 계속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였다. "내 핸드폰은? 핸드폰 가져와~~ 핸드폰!!!!!"

한 몸처럼 가지고 다닌 핸드폰을 찾는다는 것에 차라리 안도감 마저 들었다.

조금은 어눌하고 조금은 모자라 보이지만, 살아났다는 것 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나는 다시 태어난 것처럼 기뻤다.

외과 병실로 이동후 재활이 시작되었다. 팔도, 다리도, 말도, 모든 것이 남편을 배신한 듯 움직여 주지 않았다.

재활, 그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천 번의 인내를 요구하는 전쟁 같았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접고 펴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숫자 1부터 100까지 연결해서 세어보고 거꾸로 세는 연습을 수십 번 넘게 하였고, 구구단 외우기, 다리는 오른쪽, 왼쪽 번갈아 들어 올려보기, 발가락 움직여 보기 ( 발가락은 지금도 힘들어한다) 간단한 글귀 천천히 읽기.....

조금은 답답했고, 귀찮아했지만, 밥 먹는 시간을 거르지 않듯 나는 남편에게 매일같이 반복 연습을 시켰다.

쉬고 있던 뇌를 자꾸자꾸 깨어나게 해야 했다.

짜증도 냈다. " 왜!!! 이걸 또 해??..."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며 몸과 머리를 사용하게 하였다.

피곤해 잠들면 온몸을 주물러 주었다.

아직 깨지 않은 신경이 있으면 내 손의 온기로 깨우기라도 하듯......

혼신의 힘으로 주무르고 만져주곤 하였다.

주위 환자나, 보호자들, 심지어 교수님까지도 관련된 일을 하는지 물어볼 정도로 내 모든 에너지를 모아서 이 사람에게 전했다.

병원 복도 걷기를 시작할 때는 아이가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자기를 꽉 잡고 놓지 말라고 할 정도로 걷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으나,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온몸으로 지탱하던 것이 한 손 지탱으로 가능해질 때까지 걸었다.

마지막으로, 등 뒤옷자락만 잡고 걷다가 완전히 내 손을 놓고 오로지 혼자 절뚝이며 걷게 되었을 때는 이제 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뜀박질은 또 한참이 걸렸다.

비슷한 운동, 비슷한 통증, 비슷한 눈빛, 아주 조금씩 아주 작게라도 변화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건 천 번의 시작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우리는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