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뇌경색 이후,다시 일어서려는 마음

by 김미숙

재취업에 실패했다.

주위에서는 가볍게 말한다.

" 그냥 좀 쉬면 안돼?"

" 수영이나 헬스 다니면서 노년을 즐기면 되잖아?" 말은 쉽지만, 아직 고3 늦둥이가 있는 남편에게는 마음이 급하다.

사랑하는 딸에게 나약한 아빠가 아니라, 든든한 아빠로 남고 싶은 마음 때문일것이다.

수시 원서를 넣을 학교를 정할 때, "네가 하고 싶은걸 해, 조금 늦어도 괜찮아, 네가 원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 아빠는 무조건 네가 좋으면 다 좋아!" 그렇게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고민이 깊다. 밤이면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옆에서 쉽게 잠드는 내가 부럽다고 털어 놓는다.

나는 그저 더운 여름날 운동하고 에어컨 밑에 앉아 있는 남편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그에게는 또 다른 고민과 무거움이었나보다.

일을 해도 걱정이고 일을 하지 않아도 걱정인 아이러니한 시간 속에서 나는 남편에게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시원한 바람이 불면 마음도 가벼워질거야!"

자전거 타기를 누구보다 좋아했던 남편, 비싸다 싶을 정도의 자전거를 사서 쉬는 날마다 달렸지만, 지금은 집 안에서 헬스용 자전거로 만족해야 한다. 그 답답함을 온전히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짐작된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위로 법이 있다지만, 남편은 뇌경색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그 감옥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고 싶어, 글을 써보라 권유했지만 남편은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답은 누구도 대신 만들어 줄수 없는 것, 본인만이 찾을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에게는 "취업"이라는 단, 하나의 답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또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