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재취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새 처럼 계속 도전한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좌절될 때마다 오는 우울감은 이제 눈치를 보게 된다. 아무 말하지 않고 있으면, 화나서 아무 말 안 하는지
다른 공간에 있으면 또 어느새 또르르 옆을 찾아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쳐다본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다 읽혀서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분리불안이 있는 듯 안절부절못했지만. 재활용 정리, 화장실 청소, 이불 털기. 등등의 집안일을 해 놓고 우렁각시처럼 알아 봐 주길 내심 바라며 눈 알을 굴린다. 그 모습이 읽히는 순간 늙은 귀여움이 묻어났다. 남편도 아프기 전에는 관심도 없던 일이었고. 나에게 또한 그렇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본인의 즐거움과 뽐냄을 좋아하는 멋쟁이였는데 지금은 그 모습은 어디 가고 완전 다른 본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때로는 젊었을 때부터 이렇게 살걸! 너무 욕심만 부리며 산 것 같다는 푸념도 한다. 새벽이슬을 밟고 집에 들어오던 그...
친구가 좋아서 가족은 항상 뒷전에 두었던 그...
돈이 생기면 꽉 낀 청바지며 옷사기를 좋아한 그.. 그가 이제는 엉덩이 늘어진 바지를 입고 음식물 쓰레기며 재활용 정리를 한다. 그리고는 알아주기를 바라는 눈빛을 보낸다. 재취업이. 안되면 어때? 나는 남편이 우울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장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으면 좋을 것을 그는 아직도 그가 우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온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