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슬로 조깅

by 김미숙

남편은 절룩이는 걸음으로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결국 고관절까지 통증이 번져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균형이 맞지 않게 절뚝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는데 좀 더 걸으면 잘 걸을 수 있지 않을까?"좀 더"를 욕심 냈었다.

의사는 무리한 운동보다는 "적당한" 슬로 조깅을 권했다.

제자리에서 걷는 건지 뛰는 건지 애매한 운동, 하지만 해보니 온몸에서 땀이 배어 나오며 숨이 가빠졌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운동이었다.

남편은 왼쪽 다리를 조금 더 높이 들어 올려 균형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다리를 끌며 다니는 모습이 싫어, 조금 더 당당하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은 마음속으로 아주 미세한 차이를 두고 몸을 바로 세우려 애쓰고 있었다.

"내가 한 번씩 모지리로 보이긴 하다"

남편이 스스로 중얼거리며 웃는다.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예전의 그 사람을 본다. 머릿속이 멈춰 대답이 늦어질 때, "어~~???

어~~??" 하고 반복하는 버릇을, 내가 싫다고 말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조차 남편의 애쓰는 방식이었음을 알겠다. 그때 괜히 상처를 줬구나,,, 마음이 시큰하다.

뒤뚱거리며 천천히 슬로조깅을 이어가는 남편, 그 모습이 어쩐지 웃음이 나와 나도 따라 해 본다.

오늘도 우리는 나란히 땀을 흘리며 웃는다.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듯, 우리의 삶도 조금 더 힘차게 들어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