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작은 건물의 큰 소장님

by 김미숙

남편이 원룸 건물의 소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메모가 가득한 노트와 필요한 도구와 도시락을 챙겨 들고 나서는 그의 모습이 이제는 우리 집의 새로운 아침 풍경이 되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재활 후, 여러 번의 면접에 떨어진 뒤에는 한동안 그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걸음이 서툴고 말이 느려졌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한참 동안 '쓸모없는 사람'이라 불렀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지만, 나는 그저 그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책상 앞에 앉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천천히 찾아 나섰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듯하였다. 제일 잘하고 제일 자신 있는 건축일에 관심을 두며 건물관리사 자격증과 집합건물 관리사 자격증을 하나씩 따냈다. 지금은 기계식 주차 관련 자격증까지 준비하고 있다. 손에 펜을 쥐고, 오랫동안 하지 않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집중하는 표정은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 보인다.

"이제는 공부가 재미있어!" 그의 말에는 피곤함 대신 '살아 있음'이 묻어 있었다.

몸이 낫는다는 것은 단순히 병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라는 걸 그를 보며 배운다.

남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아침의 샤워 소리가 이토록 반가운 날이 있을까?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걸음에는 힘이 실린다. 그의 하루에는 이제 "우울" 보다는 "일"이, "고통" 보다는 "삶의 의미"가 자리한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생각한다. 회복이란 결국, 다시 일어나 " 내 하루"를 살아내는 용기라는 것을.....

남편은 오늘도 그만의 반짝거리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의 회복은, 내 하루를 다시 빛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