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나를 키웠고, 이젠 내가 나를 키운다

by 김미숙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의 층층마다 캐셔들이 있었다.

한 층에 두세 명씩 근무하며 상품권과 현금을 처리했다.

명절 전과 명품층에는 손님이 몰려들어, 가방 가득 현금과 상품권을 정리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이제 그 풍경이 사라졌다.

캐시터미널이 들어서며 계산원의 자리는 점점 줄었다. 태블릿으로 매장에서 계산을 하고 자율 계산대가 생기면서 더 이상 신입 직원이 채용되지 않았다.

증정상품권 행사는 리워드 행사로 바뀌었고, 현금대신 카드가 기본이 된 시대....

층층마다 배치되던 전문 캐셔의 자리도 이제는 기계가, 손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

이제 사람은 ' 오류 없는 시스템'의 보조자가 되었다.

기계가 실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자리에서 여전히 하루를 채워 넣는다.

퇴직 후 다시 일을 는 사람들,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여성들,

손 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아직 일할 열정이 있는 사람들....;

나는 금융업에 근무하다가 육아로 인해 퇴직했고, 돈을 다루는 일이 익숙해 캐셔 일을 시작했다.

그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

기계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사람의 일은 점점 사라져 간다.

그 속에서 나는 묻는다

몇 년뒤 퇴직이라는 이름의 문 앞에 선다면,

나는 또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긴 세월 계산대 앞에서 쌓은 하루하루가 이제는 내 안의 힘이 되어 있다.

익숙한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새로운 하루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내 몫일 것이다.

남은 인생은 아직 빈 페이지다.

조금은 늦더라도, 천천히 써 내려가면 된다.

오늘도 나는 나의 속도로,

내 삶의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