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루프탑 콘서트>
갈등의 깊이는 사랑의 크기에 비례한다. 이는 개인적인 연애사와 가족사뿐만 아니라 대중 음악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슈퍼 밴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비틀즈는 본인들 이외에는 아무도 넘보지 못할 높은 곳에서 찢어졌다. 그들의 해체는 치매에 걸려 과거의 영광을 다 잃어버린 할머니 혼자 짊어져야 할 정도로 단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가까웠던 만큼 입체적이고 재능만큼이나 거대한 흐름이 작용하였다.
이유야 어떻든, 그들이 이룬 업적만큼이나 마지막 콘서트도 완벽했다.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콘서트는 전설로 회자되고 있으니까. 당시에 태어나지 않은 나는, 이 콘서트를 다큐멘터리로 접하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복잡하고도 단순하다. 이미 갈등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들의 마지막 앨범(이후 애비 로드 앨범을 제작하긴 했지만) 제작 과정을 영상에 담아둔 것이다. 특히 극단으로 치닫던 시절의 생생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영상이기에 비틀즈 팬들의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많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영상이다. 그리고 위에도 말했듯, 이 다큐멘터리의 하이라이트 이자 비틀즈의 마지막 콘서트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비틀즈는 1969년 1월 30일 목요일 점심 새빌로우 3번지 애플 사옥 옥상에서 콘서트 겸 레코딩을 시작한다. 레코딩 과정이기도 했기에 수많은 기사들과 장비 그리고 빌리 프레스턴 까지도 참가한 나름의 대규모 기획이다. 티켓을 판매하진 않았지만 새빌 로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점심시간을 빌린 만큼 관객 동원력도 대단했다. 목적지를 잊은 채 보이지 않는 그들을 거리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 무대가 아닌 옥상에 있는 그들의 연주를 듣기 위해 다른 건물의 옥상으로 향하는 사람들, 달콤한 티타임을 망친 그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말리러 왔지만 결국 감상을 하게 되는 경찰들. 그들을 위해 실신해 주는 소녀들은 없었지만 모두들 각자의 방법으로 그들의 콘서트를 감상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tzkaL2t_Y
이 콘서트는 기존의 무대와 관중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 또한 1월의 런던처럼 차갑게 식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이내 그들은 뜨거워졌다. 그들은 예전처럼 다 같이 허리 숙여 인사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신보에 대해서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 앞으로 걸어갈 각자의 길을 의미하듯 통일된 양복과 헤어 스타일이 아닌 각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콘서트는 진행된다. 아마 이들은 이미 비틀즈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더욱 진실 되게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틀즈가 아닌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
그렇게 루프탑은 그들만의 공간이 된다. 더 이상 비틀즈를 보러 온 사람들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며 같이 걸어간다.
그리고 콘서트는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하기엔 초라하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알맞은 마무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