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쭌

by 이혜주

그녀는 항상 나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평소에 나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시시콜콜 물어오는 사람들을 멀리 하는 편이다.

싫고 좋음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나는 물음이 많은 사람과 친해지기가 어려울 뿐다.

다만,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게 나에게 오만가지 것들을 다 물어봐도 이상하리 만큼 당연한 일같이 열심히 들어 주고 최선을 다해 답을 내어 놓았다.

그 질문들이 가끔은 자신감이고, 가끔은 관심이고, 가끔은 후회와 반성이고, 아주 가끔은 칭찬이고, 또 아주 가끔은 추궁이다. 러고도 가끔은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질문들라서 그녀의 정신세계를 아직도 가늠을 할 수가 없는 신비한 세계의 질문들이다.


어떤 질문이든 그녀는 늘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전화번호가 내 휴대폰에 뜨면

일단은 숨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머리 속을 최대한 맑게 가다듬는다.

그녀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분야에서, 무슨 유형의 질문을 던져도 능숙하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를 다짐하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녀는 질문으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나는 또, 녀의 질문에 실망을 시키지 않고 기분좋을 대답을 내어 놓는 방법으로 소심하게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어 놓는다.

가끔은 그녀의 기분에 딱 맞춰 줄 만족스런 대답을 할 자신이 없을 만큼 내 일상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을 때에 나는 바보처럼 멍하니 그녀의 전화를 바라 볼 때가 있기도 한다. 그러면 그녀는 유쾌하게 웃으며 "니, 지금 내 피하제?지금 갈까?" 하며 정곡을 찔러서 나를 또 멋쩍게 지만 이것마저 그녀만의 유연하고 유쾌한 그녀만의 방식이다.


나는 기운이 빠지는 힘든 일상을 내 안에서 정리하고 끝을 내어야 다른 이에게 명확하고 담담하게 내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녀는 마음같지 않는 려운 일상을 다른 이와 공유함으로써 해결하는 보다는 좀 더 융통성이 좋은 성격이라 생각했다.

인간관계에 그런 융통성이 없는 나는 가끔씩은 미리 준비한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전개로 인간 관계의 방향이 흘러 때면 당황스런 마음에 이도 저도 못하고 그냥 손을 놓는 편이다.

그런 내가 안타까운 그녀 나를 성장시키려고 용을 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녀의 그런 명확함이 도통 어디로 튈 지 감을 잡지 못 불안할 때가 더 많았다. 차라리 내가 아닌 그녀가 흡족해할만한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어설픈 연기를 해서라도 그녀의 방식에 맞추어 주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내 복잡한 사고의 매듭에 나를 묶어 놓은 채, 그녀의 아주 단순한 질문에도

내가 지금 무슨 대답을 하고 있지?싶도록 아주 변변찮은 "응, 응, 그래, 그래... " 라는 마음과 같지 않게 성의 없는 짧은 대답만 내어 놓다. 당연히 영민한 그녀의 실망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 들려온다. 그러면 나는 마치 40점 짜리 시험지라도 손에 쥔 것 같이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으로 다음에는 더 완벽한 대답을 그녀에게 떡하니 내어 놓으리라. 늘 다시 다짐하게 되는 나에게는 숙제와 같은 그녀다.


그녀게 완벽한 대답을 하기 위해 나는 지혜로와 지고 싶었고 또 없던 배려심와 공감의 능력도 쥐어 짜내고 싶었다.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나만의 방식이 있는 편인데, 그것은 어찌보면 무관심하기의 방식에 가깝다. 누군가 혼자의 시간이 필요해보이면 그 시간을 존중하고 싶고, 또 누군가는 떠나고싶어하면 이유를 궁금해 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보내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나를, 그녀가 최강의 술꾼 도시 여자로 변신이라도 하면 그녀는 그런 나의 방식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냉정하게 느껴져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 줄 아냐고 따꼼하게 었다.

나는 진심으로 보내주고서 혼자 그리워하더라도, 누구에게라도 상처를 주고 싶지가 않은 사람인데 그녀의 질문에 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녀 덕분에 내가 해내지 못 하는 보편적인 감정의 표현 방법을 익히려고 애써 보기도 했다. 나와는 맞지 않은 방법이긴 했지만, 그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나는 분명히 성장해 나갔다.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라서 가끔 답이 없는 시험지같이 느껴지는 그녀이긴 하지만 그녀는 제나 나를 나아가게 해 주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다만 나아가지 않고 그저 머무르기만 하고 싶은 마음을 그녀에게 잘 전달할 방법은 아직도 고민중이다. 가끔씩은 나아가기보다는 머무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는, 앞서 나가지는 못 하더라도 이 자리를 지키는 방법으로 내 길을 잃지 않고, 가끔은 일부러 뒤쳐져서 나의 위치를 살피며 제대로 으려는 나를 그녀에게 이해시키기는 어려웠다.



어느 해엔가 수업을 시작한 지, 한 5, 6년쯤 되었지 싶으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끼니를 여사로 거르고 내 소중한 아이가 나의 일때문에 두번째로 밀려나는 일상을 사는 나를 멈춰서 돌아보며,

또 사교육업종에 회의를 느끼느라 수업하기가 너무 싫다고 슬럼프에 빠진 나에게 그녀는 또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었다.

"니, 지금부터 딱 5년 후를 한번 생각해 봐라. 지금부터 딱 5년 후에 너의 모습은 어떨 것 같노?

그냥 하는 일없이 아이만 키우고 살림을 하는 너의 모습과, (물론 전업주부의 놀라운 노력과 희생과 또 무한한 가능성의 생산활동에 우리는 항상 전적으로 경의를 표한다. ) 그래도 무언가 하는 일이 있으면서 스스로 돈을 버는 생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너의 삶, 둘 중에서 너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냐?" 라는 그녀의 예리한 지적에 나는 투정부리고 한없이 낭창해지고 싶은 내 무기력한 일상이 창피했다.

다시는 창피하지 않을 당당한 내가 되리라. 무기력했던 나를 반성하며 너의 충고를 한참을 머릿속으로 며 감사했다.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그녀가 있음이. 지금도 가끔 슬럼프가 오면 그때 그녀의 질문을 떠올리며 나는 마음을 고쳐 먹는다.


이런 진취적인 그녀는 늘 열정적이고 합리적인 일상을 살았고, 물론 멀어진 물리적 거리만큼 우리의 일상에로의 관심도도 멀어져서 세세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나날들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어디에서 어떤 시간 있더라도 그녀의 일상은 언제나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무엇보다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데에 한치의 의심을 한 적이 없다.

그녀는 늘 응원보다 확신을 바랬고 염려보다는 위로를 원했다. 그런 그녀를 확신보다는 멀리서 응원하고 위로보다는 바르고 넓은 길로 나서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염려하는 우리의 엇갈린 길 위에서도 그녀는 역시 멋지게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렇게 나와는 확실히 다르게 멀리 멀리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나는 늘 뒤에서 바라보았다. 거침없이 혼자서도 멋지게 자기의 길을 헤쳐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한참을 뒤에 서서 바라 보았다.

40여 년간 나는 단 한번도 나서 보지 않은 우리 동네 앞산을 혼자서 등산화를 동여 매고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나는 렇게 멋지게 성장한 내 술꾼도시여자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나 모른다. 실지로 주변의 아직 정확하게 자기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르는 대부분의 어설픈 술꾼도시인들에게도 그녀를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현실판 가장 멋진 여자들 중에 하나로 성장한 내 술주정뱅이 친구를 자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답답하지 않고 명쾌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던 시간들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솔한 대답은 조금 더 미루어 두라 더 디게 나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끔씩 나는 나의 이 답답한 속도가 좋았다. 조금 더디고 답답하겠지만, 다른이들의 뒤를 유심히 바라 보라 오히려 뒤로 나아가는 것 같은 더딘 속도라해도 나는 내 속도대로 가고 있다. 조급하지 않다.

왜냐하면 가끔씩 뒷걸음질도 쳐 볼만하다는 것은 뒷걸음질을 쳐 본 사람만이 안다.

천천히 가야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어느 작가의 흔한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각자의 속도대로 가면 되는 것이 인생이고 그 속도에 맞는 삶의 방식이 나의 것이다. 나의 속도와 맞지 않은 어떠한 멋진 길에 나를 올려 놓아 준대도 내가 걸어낼 수가 없는 속도라면 나서지 않은 것이 낫다.

그저 아주 가끔씩 먼저 자전거를 타고 씽씽 앞질러 간 그녀들이 내어 놓을 길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모르는 나는 그 길을 걸어 내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어느 도의 보폭으로 걸어야 나에게 적당할지 고민하면 될 일이다.

누구나 어떤 속도로 가게 되든 그 길의 끝은 함께 행복할 세상으로 나아 가는 방향일테니, 먼저 가서 즐기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응원하면서 나는 조금 뒤늦게 뒤따라가서 더 신나게 즐겨 주면 그만이다.


늘 나보다 100걸음을 앞 서 나가 나에게 언제 올 거냐고 물으며, 함께 걷고 싶어하는 그녀의 조급하고도 감사한 마음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내 속도대로 뒤따라 갈 터이니 그녀도 조급해 하지 말고 더딘 나때문에 상처받지도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무 느린 내 속도에 마음이 조급해지면

가끔씩 다그치는 그녀의 질문에 완벽한 답변을 준비해둔 정도의 나아감으로 만족며 그녀에게 다가갈 터이다.

가장 최근에 그녀와 나의 사진을 개인정보보호 차원으로 술꾼도시여자들 버젼으로 변형시켜 보았다. 그녀의 마음에 들기를...




처음 글쓰기를 작정하면서부터 그녀의 이야기의 서두를 써 두었다가 이제서야 마무리했다.

마무리를 지으며 그녀가 또 어떤 날카로운 물음표를 보낼 지 상해본다.


그녀의 첫 아이디는 업그레이드쭌이었다.

스무살의 그녀는 더딘 컴퓨터 활용능력에 스스로를 답답해하며 앞으로는 완전 달라져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의 도움없이도 로그인을 해내겠다며 저렇게 귀여운 아이디를 만들어내었다.

살짝 느리게 가도 여유롭고 늘 긍정적이던 그녀가 나는 참 좋았다.

그때의 그녀에게 나는 느리게 걷는 속도를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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