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시작된 릴레이 입시설명회는 역시나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것도 평일 저녁시간에...
나는수업을 조금 일찍 마치겠다고 학부모님들께 미리 양해를 구해 두어야했다.
차가 한창 막히는 시간에 대구의 가장 번화가를 가로지를 자신이 없어서 안전하게 막힘이 없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반면, 고려대의입시설명회는 그 주의 토요일 오전 일정이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인 탓에 같은 장소이지만 천천히 나섰다. 학부모와 학생에, 교직원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무리들까지 합세해 서울대와 비교하여 두, 세 배 이상의 인원이 적극적으로참석한 듯 보였다.
우리나라 대표 명문 대학인 서울대와 고려대의 입시설명회만 참석해보아봐도 입시전형의 차이점이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확연히보였다.
서울대와 고려대의 입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울대는 학생기록부가 가장 핵심이고, 고려대는 수학능력시험이 가장 큰 핵심인거 같다.
서울대는 고등학교교육안에서 학생이 얼마나 성실히 학업에 참여하면서 학습역량을 키워왔는지와 학습성취능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가능성이 있을지를 다각도로 평가하기위해서 학생기록부를 가장 핵심자료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학생기록부의 모든 의미있는 내용을 110명의 입학사정관들이 정성적이고 전문적인 수치로 환산을 하여 합리적으로 평가를 한단다.
면접도 교과 외 내용은 절대없을 거라며 학생기록부내 학업역량을 반영해서 다각적이고 정성적인 평가가 가능한 문제를 출제한단다.
나중에 첫째에게 물어보니 서울대의 면접은 자기 학과와 관련된 교과목에서 - 우리 아이의 경우는 수학이니, 수학에서 엄청 어려운 서술형 문제를 제시해서 그것을 충분히 풀 시간, 45분을 준 뒤에 심사위원앞에서 그 문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방식과 일부는 학생부에서 의미있는 학습내용을 심층적으로 물어보아 답변을 논리적으로 잘 해내는가를 평가한다고했다.
아무튼, 서울대는 전형상으로는 무조건 고등학교
교육내에서 학업역량을 평가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신등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다.
실제로 작년에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내신등급이 1.2등급인 학생은 서울대에 떨어지고 내신등급이 1.5등급인 학생은 합격한 사례도 있는 걸 보니 진짜 내신등급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해서 내신등급이 서울대를 쓰기에는 조금 긴가민가 정도인 내 아이에게도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허나, 서울대에서 내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일단은 전국에서 최소 전교 5등 안에는 드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내신등급이 1등급 초반인 학생들이 대부분의지원자일 것이며 1등급 중반도 긴가민가하며 도전정신으로다가 지원할 것이고,1등급 후반은 살짜기 부끄러워하면서 원서들을 낼테니, 내신은 기본으로 1등급 초중반을 깔고 가는 것이니, 내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이리라.
항상 그 말은 무턱대고 믿으면 안된다. 전후 사정을 다 살펴보아야 한다. 한낱입시제도뿐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주장과 논리의 언어에는 늘 그 속내를 정확히 들여다 볼 줄 알아야한다.
수시전형이 단 한번의 수능시험 성적과는 별개로 전인적인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완성형 입시제도를추구한다는 말도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의문이 생기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처럼.
생활기록부 중심의 선발, 심지어 올해부터는 수능100%였던 정시도 세 등급으로 나누어 생기부를 반영시키기로 했단다.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않고 혼자서 공부만 미친듯이 하는 헛똑똑이는 뽑지 않겠다는 의도가 완전 전인적이라 감탄을 했다.
전형 자체로만 보면, 그간에 광역시단위의 일반사립 여자고등학교의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해 온 우리 아이에게는 서울대의 입시전형과 목적에 더 부합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마무시하다는 서울 대치동의 생기부 플랜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이기에, 그냥 무식하니까 들이대보는 것으로 크게 기대나 희망은 걸지 않기로 했다. 아이와도,
"야, 우리 그래도 서울대 원서는 함 써 봤다. 머, 이런 정도의 가문의 영광이라도 충분하다."
하며 부담없이 입시전형에 참여하기로 다짐을 했다.
서울대 입시설명회를 듣는 내내 마치 꿈과 희망과 환상 속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로 가는 길마냥, 애매모호함으로 희망에도 찼다가 좌절감에도 빠졌다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작정을 하고 무조건 서울대를 가겠다한다면 어떠한 수단과 꼼수를 동원해볼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내 아이의 미래를 두고 하는 모든 수단과 꼼수는 완전 의미가 없는 일임을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전에 우리 시절에는 학교냐 전공이냐는, 고민할 가치도 없이 모두가 학교를 선택했었다면 (물론, 의학, 예체능계열 제외) 요즘의 현명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똑같은 고민에서 한치의 망설임없이 당연히 전공을 선택할 것이다.
19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인생이고, 나름 야무지게 짜둔 미래설계가 얼마나 확신에 찰 지는 또 살아봐야 알 터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진로와 적성체험을 통한 본인의 미래설계가 대부분의 현명한 아이들에게는 나름의각본이 짜여져 있다.
그러한 길에 부모의 욕심과 본인의 욕심으로, 행여나 서울대입학이라는 가문의 영광이 달렸다해도 그 길의 방향성을 변경할 수는 없다. 그러하니 방법은 다음 단계로 내려가는 수 밖에.어디까지 내려가려나를 지켜보는 재미도 솔찮을 것이야. ㅋ
사실은 첫째아이도 한때는 잠시 흔들렸던지, 어느날, 자기 학교에 이과에서 상위 10명 중에서 의학계열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나뿐이라며 나중에 본인이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를 혼란스러워 했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25세가 되기 전에, 무조건 너는 후회를 할 것이다." 라고하면서,
"그렇다고 너는 지금 아빠의 간절한 염원이었고, 나도 속으로는 조금 기대는 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너는(네가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려고) 의학계열로 진로를 바꿀수가 있겠냐?" 라고물어보았고,
물론, 아이의 대답은 아니라고 했다. 과학영역에서도 생명과학이 가장 어렵고 적성에 맞지가 않다며, 오히려 기계가 더 편하다는 비생물적인 성향의 내 아이가 안정된 미래를 위해 본인의 적성을 외면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한 요즘이다. (물론, 인서울은 안 되더라도 지방의 어느 의학계열로의 지원은 가능한 성적이라 아빠와 내가 더 비통할 지경이지만. 시간을 돌이켜 니가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날이 오더라도 지금의 우리는 너의 길을 응원한다.)
두번째로 참석한 고려대 입시설명회는 우선 다양한 피피티 자료들이 눈길을 확 끌었다. 그리고 유토피아로 가는 길마냥 추상적인 서울대와는 다르게 명확했고 그 길의 끝에는 정확히 [수능시험대박]이라는 여섯글자로 향한다는 것이 딱 보였다. 오히려 깔끔하고 개운한 기분이다.
명확한 길을 제시해주니 오히려 현실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그냥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그 어렵다는, 혹자는 서울대가는 길보다도 빡세다고 하는, 고려대수능최저에만도달하면가능해보이는오히려더 평탄한길로 보였다.
입시에 직접 참여해 보게 되면 공감하실려나 모르겠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제공되는 기회나 환경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본인스스로의 노력이 더욱 합리적이고 실현가능성을 더 보장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누가 머래도 내 공부만 하면 될 테이까. 학교에서 어떠한 기회를 얻게 될 지 욕심내기보다 내 공부만 미친듯이 하면 되는 일이 더욱 지름길같아 보인다. 행여, 내가 안 해서 얻게 된 공부의 결과는 원망도 없을 것이다.
물론, 고려대도 수시전형이 총 3가지 형태로 학교장 추천과 영재고, 특목고에 맞는 계열적합성전형, 일반고에 적절한 성적우수전형에서 고교 생활기록부와 여러가지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는 1단계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그럼에도,1차 서류전형에서 우선 정원의 6배수를 선발한다니 웬만만하면 여유로와 보였다. 또한 서류전형의 점수 반영 차가 총 7점이라나 어쨌다나 해서 합격에 좌우되는 총비율이 20%이내라고 했다. (물론, 모든 설명회의 내용은 개인적인 나의 생각과 이해도라는 필터를 한번 거쳐져서 다소 오류가 있을 수 있음.)
대부분의 합, 불합격은 수능최저에서 판가름이 난다며, 실지로도 수능최저를 맞추는 비율이 전체 지원자의 절반을조금 넘는다하니 당락의 결정은 결국 수능최저였다. 그러다보니 수시전형으로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작년에는 220명 정도가 수시정원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정시로 이월되어 정시정원에서 합격을 늘였다고 한다.
명확하니 더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오히려 더 지혜롭지 못한 자의 실수일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톡을 했다.
[나는 고대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이제부터 너의 할일은 수능대박을 위한 열공뿐인 거 같으다.] 며 살짝 나태해진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기에도 딱 좋았다.
고려대 수시전형에도 수능최저 이전에 면접이 물론 있다. 면접도 서울대와는 다르게 고등학교 3년의 학생기록부는 거의 반영하지 않고 학교내에서 제시하는 제시문을 기반으로 제시문을 이해하는데 전형별로 12분 혹은 21분을 주고 6, 7분간 답변하게 하는데 제시문 예시는 정보의 홍수, 인러넷에 무궁무진하단다.
아이의 말로는 오히려 고려대의 면접이 더 극악무도하다며 걱정을 하기에 여름방학에 면접을 대비해주는 학원을 다녀보자고 권했다. (참, 쓰앵님이라는 특수한 직업부터 별별 학원이 다 생기는 것이 이 전인적인 입시제도의 특징이다. ) 그랬더니,
"여름방학부터 머하러? 수능치고나서도 충분하다. 수능 망하면 면접이고 뭐고도 다 소용없다. 지금은 수능에 집중할 때입니다. 어머니~ " 하신다.
그래, 그래. 또 니알아서 해라며 에라이, 나의 조언따위 개나 줘버려를 되뇌인다. ㅋ
다음주에 있을 sky의 마지막 친구, 연세대는 그냥 참석에 의의를 두려고 신청접수를 했지, 적극적인 도전의 의지는 없다.
연세대는 아예 특목고, 자사고, 영재고 전문 입시전형이라는 소문을 벌써부터 들어왔던지라, 티비에서만 보던 진짜 서울영재들에게 기죽기 금지 차원에서 참고만 할 요량이다. 우리 아이는 늘 스스로가 영재가 아니고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기에 진짜 영재들 사이에 끼이면 주눅이든다고 고입에서부터도 대구의 평범한 영재들도 충분히 갈 수 있는 특목고는 일단 제외시킨 아이이다. 자존감이 쎄서 그런건지, 오히려 자존감이 더 낮아서 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격렬히 영재를 부정하는 평범한 우리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왔다.
원서 6장을 야무지게 분배하여 y대는 제외하기로 했다.
오히려 공대가 알아 준다는 성균관대, 한양대쪽으로 훨씬 적극적으로 탐색을 해볼 예정이다.
같은 날, 고려대 이후에 이어진 성균관대의 입시설명회는 딱히, 설명회 수준이라기보다는 학교 홍보를 하는 자리였다. 처음부터 전 날 축제에 온 싸이의 공연동영상으로 시작되어 입시전형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무모한 sky도전자들에게 눈을 낮추어 진로, 적성을 제대로 찾기에 가장 적합한 본 대학으로의 안정지원을 호소했다.
아주 격하게 공감을 하면서 자세한 입시전형을 설명해주기를 기대했으나, 8월에 다시 대구에 오겠다고 다시 입시설명회를 신청하라고 한다. 기다려보자. 퐈이팅이 넘치게...
※ 위의 모든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일 수 있으니 타인의 참고는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