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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Jun 08. 2022

뷰러 전쟁

10대 딸들의 첫 전투

5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9시 35분.


"야! 내 뷰러, 이거 누가 건드렸어?"

쿵쾅쿵쾅. 현관 앞에 위치한 1번의 방에서부터 화장실을 지나 주방을 거쳐 우리집 가장 안쪽에 위치한 2번의 방에 이르기까지 분노로 가득 차서 쿵쾅대는 발소리가 이어진다.

"야! 이땡지! 니가 내 뷰러 망가뜨렸냐? 니가 건드렸냐고!!" 몹시 격앙된 1번의 외침소리.

"...... 나...는... 아...니야..." 끝을 알 수도 없이 쪼그라들어가는 2번의 나약한 대답이 겨우겨우 1번의 광활한 등짝을 비집고 나온다.


사이에 웬만하면 잘 없는 이 살벌한 분위기에 먼 일인가 싶기도 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부모이고 한치의 쏠림도 없는 아주 공평한 너희들의 보호자인 관계로 일단은 지켜보기로 다. 또한, 토요일 오후에까지 아껴 미루어 두었던 염미정이의 진정한 해방이 과연 오늘은 이루어 질런지가 나는 지금 몹시 진지하게 궁금하기 때문에, 너네들의 그 뷰러 타령을 들어줄 상황이 아니었다.


"야! 나, 내일 오전에 민증사진 찍으러 스튜디오 예약해났는데 뷰러를 망가뜨려놓으면 어쩌는데?"

(그 스튜디오를 누가 예약해줬더라?)

"......" 

"와, 진짜 어이없네. 어? 말해바? 말을 해보라고?"

(증명사진 하나 찍는데 49000원은 말이 되냐?)

"......"

"망가뜨렸으면 진작에 얘기를 하던가, 그러면 내가 미리 사두거나 했겠지. 이때까지 생을 까고 그렇게 모른 척 하고 있으면 다냐? 어? 말을 좀 해보라고!"

(민증신청을 1년을 미루어 두었다가 마지막 기한인 5월 31일, 바로 직전에 찍는 너는?)

"......"

"이렇게 뿌사놓고 ,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생까고 있었는지 말을 해보라고! 이렇게 모른 척하고 있으면 해결될 일이야! 아놔~ 저 낭창한 거 좀 보소. 씨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살벌한 분위기에 거실에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신명나는 트롯세계에 빠져 계시던 아부지가 얼릉 두 딸의 눈치를 살피며 나한테 구조 요청을 하러 왔다.

"엄마야, 먼 일이고? 먼데, 먼데? 얼릉 좀 적극적으로 나서 바바라. 와 그라는데?어, 어?"

하고 1번의 눈치를 계속 보면서 나에게 나즈막하지만 간절하게 묻는다.


에라이, 이넘의 집구석. 내가 또 나서야겠구먼.

"야, 이 큰 땡지야. 평화로운 토요일 밤에 살벌하게 와 이라는데? 뷰러 그거 뿌사져있드만."

"엄마가 부셨어?엄마가 내 뷰러 썼냐고? 어?"

1번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더 올라간다.

어라, 이게 아닌데... 

"아니, 내가 니 뷰러를 머러 쓰노? 요새 집에만 있어서 화장할 일도 없는 엄마가 뷰러 쓸 일이 어딨다고!" 살벌한 1번의 눈초리에 살짝 기가 죽었지만, 절대 쫄지 않은 체하며 나도 더 세게 대꾸했다.

"봐라, 이땡지. 가 부셔놓고는 이때까지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고. 야? 너, 이거 어쩔꺼냐고?어?"

살벌한 언니의 추궁 너머기가 팍 죽은 2번이 말도 한마디 못 하고 눈에 눈물만 가득히 채우고서는 겁이 나서 흘리지도 못하고 있다.


"야, 됐어! 그만해. 누가 부신 게 머가 중요해! 지금 몇 시야? 아직 올영 문 안 닫았겠네. 그래 소중한거라믄 얼릉 지금가서 사와! 집안 분위기 살벌하게 이러지말고."

렇게 1번보다 더 쎈 척 연기면서 남편을 돌아다보며 부른다.

"아빠, 머해? 빨리가서 시동걸어! 출동해. 서둘러라. 10시까지는 문 여니까, 지금 45분이니까 후딱 가면 살 수 있겠다. 가서 뷰러 하나 당장  와. " 하고 일사천리로 흥분해서 씩씩대는 큰 딸과 어리둥절하기만 한 아빠 쫓아내듯 화장품가게로 보냈다.

평소 같으면 투덜대면서 절대 한 번에 나설 남편이 아닌데, 오늘은 큰 딸의 살벌함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용수철처럼 뛰쳐나갔다.



두 부녀를 출동시키고서는 그제야 2번을 들여다 본다. 10여 분간 폭풍처럼 쏘아붙인 언니의 살기에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있는 2번을 안아  그제서야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진... 진... 짜로 내가 안... 윽윽, 안 그랬어. 엉엉." 하며 오열을 한다. 지할말은 딱 똑부러지게 할  같은 비쥬얼이지만 가끔씩 지켜 보면은 은근히 나처럼 속에 있는 억울한 말은 잘 못하는 둘째가 쨘해서 더 꼭 안아 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상의 모진 풍파를 더 겪어봐야 너도 엄마처럼 쎈 척 연기가 가능할까. 가족에게 당할 때가 감사한 줄 알아라. 속으로 되뇌인다.

"야, 그럼 언니한테 가 안 그랬다고 말을 하지 그랬냐? 왜 당하고만 있었어. 같이 대들고 싸워 버리지. " 하고는 마음 속에서는 진심이 아닌 말들로 둘째를 위로하고 있자니,

남편의 카톡도 그새를 못 참고 띵똥거린다.

대차게 퍼붓고는 뷰러를 사러 나간 큰 딸도 차에서 내내 울며 화장품가게로 향하 있단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나에게 구조요청을 보낸다.

[올영은 문 열었드나? 오늘 그 뷰러 못 구하면 낼 아침까지 살벌할끼다. 무조건 사라이. 내려오는 샷다를 잡아서라도 반드시 사라. ]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2번이 나한테 그 문제의 언니 뷰러를 들고 온 적이 있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나도 먼가를 하던 중이라 한참 바쁠 때였는데, 2번이 언니 뷰러의 고무패킹이 빠졌다고 끼워 달라고 들고 왔다.

서 너번 손가락에 온 힘을 주어 끼워 보았지만 아귀가 맞지 않았고 나는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어서

"아, 몰라. 안 꼽히나 봐. 이거 언니 꺼야? 이거 왜 이래?" 했더니, 둘째가

"어, 쓰려고 보니 이래." 하길래,

"야, 괜히 언니한테 혼나지 말고 그냥 도로 갖다놔." 했던 순간이 오늘의 사단을 만들어 버렸다.




조금 진정이 된 2번에게

"언니도 너한테 그러고 가면서 속이 상했는지 차에서 울고 있대. 저번에 고장난 거 발견했을 때, 먼저 언니한테 얘기해 줄꺼를 그랬어. 그러면 언니가 미리 사든가 했을텐데. 그래도 언니가 오늘은 좀 심했어. 엄마가 언니랑 이야기해 께. "

"......"

"그리고 너도 이런 일이 있으면 앞으로 그냥 울기만 하지말고 니 사정을 정확하게 딱 이야기를 해. 언니한테도 '저번에 보니 벌써 고무패킹이 져 있었다. 그때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은 미안하지만 내가 부신 것은 아니다.' 이렇게 딱 얘기를 하면 언니도 저렇게 불같이 화를 내지 않았을 거 아니야."

둘째는 퉁퉁 부은 눈으로 가만히 쳐다만 본다.

"알겠어?"

"어..." 훌쩍거리면서도 또 대답은 곧잘 하는 아이가 쨘하다.

"엄마도 그때 더 살펴봐 주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서 언니한테 이렇게 혼나게 해서 미안해."

하고서는 한참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조금 후에 무사히 새 뷰러를 구입했다는 연락을 받고 둘째를 안심시키고는 일찍 자라고 토닥였다. 잘려고 누웠다가 그 봉변을 당했으니 피곤도 할 것이다.




삐삐삐삐삑.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저 성질머리를 우째 알아듣게 잘 이야기해 보려나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큰 아이는 생긴 것은 순둥순둥하니 어디가서 당하기만 할 인상인데, 가만히 보면 꽤나 당찬 구석이 있는 아이이다. 남의 일에는 신경을 끄거나 개입을 안해서 싸움거리를 아예 안 만들면 안 만들었지, 행여나 그래도 생기는 갈등이라도, 지고서는 가만히 있을 아이는 아니였다.

그래선 두 자매간에 여짓껏 큰 싸움이 없었다. 이렇게 둘이서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예, 싸움이 될 일이 거의 없었다. 둘째는 어릴 적부터 이것 저것 잘 한다고 늘 칭찬을 듣는 언니를 이겨 먹을 욕심도 없었고 오히려 둘째에게는 언니가 늘 롤모델같은 존재였다. '언니처럼'이라는 말을 달고 살던 대여섯 살부터 언니에게 도전이란 있을 수 없었고 그런 동생을 알기에 언니도 여동생을 나름 잘 챙겼다.


시내라도 나가면 맛나고 신기한, 우리 동네에는 팔지 않는 달달한 디저트거리를 사와서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우는 날에는 큰 아이는 살뜰하게 동생들의 끼니도 챙겼다. 가끔씩은 청소나 자잘한 집안 정리 동생들에게 공평하게 역할을 분배해서 시켜두기도 하고 때로는 엄하게 동생들의 숙제를 검사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며 단호하지만 사려깊은 언니의 역할을 해내었다. 물론 내가 없거나 몹시도 한가해서 동생들에게 간섭이 하고 싶어질 때라는 한정적인 순간들이기는 하다.


그러면서 우리 집은 남매간에 셋이서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며,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머리카락을 잡고 뜯는 것은 예사 일이 서로 치고박고 몸으로 싸우다가 잠깐 기절한 친구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자기들끼리 남매의리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가끔 혁군이 말을 안 듣고 시끄러워서 문제긴 하지만, 이 정도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가정이라고" 하고 말해서 아빠랑 한참 웃은 적도 있다.


그래서 우리 부모들은 오늘의 두 딸들의 살벌한 첫 싸움이 (물론 일방적이긴 했지만, 안심마라. 언젠가는 너도 똑같이 당할 지도 모른다. 동생들은 원래 너보다 뭐든지 습득이 빠르드라.) 당황스러워서 잘 처신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동생에게 모질게 굴은 큰 아이에게 따꼼하게 혼을 내주려고 마음을 먹고 기다렸으나, 혼자만의 진정제라도 필요했던 지,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서 있는 큰 아이의 모습을 그저 쳐다만 본다. 또 내 따꼼함은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물 한잔을 들이키고 한 숨을 내뱉는 큰 아이의 뒤에 가서 옆구리를 살짝 안아주었다. 다행히 내 백허그를 뿌리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다행히도 포동포동한 너의 뒷구리는 폭신폭신하니 참 안아줄 맛이 난다.

"뷰러는 샀냐? 문이 열려있어서 다행이다. 그치?

아, 하마터면 내일 뷰러도 없이 평생을 간직할 민증사진을 찍을 뻔했다. 그지?"

"......"

"근데 그거 작은 땡지가 뿌신거 아니야. 저번에 엄마가 봤어. 물론 그때 고장난 거 첨 발견했을 때, 너한테 얘기해줬으면 좋았겠지만, 땡지도 엄마도 그러곤 잊어버리고 있었어. " 하며 한껏 다정하고도 적당히 귀여운 목소리를 내어 본다.

"그래도 너 오늘 너무 무서웠어. 우리 땡지, 쟤 은근 소심한거 알잖아? 너무 무섭게 화내고 그러지마. 잘 얘기하면 언니말은 잘 듣잖아. 엉? "

하니, 그제서야 화가 좀 수그러들었는지 대꾸를 한다.

"내가 지금 화를 낸거도 아니거든! 진짜로 제대로 내면 이땡지, 저거저거 사춘기라면서 또, 가출한다칼까 봐 진짜 많이 참은 거거든. " 뉘예뉘예. ~ 말 감사합니다요.

"그리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쟤 계속 내 옷도 몰래 입고 다니고 내 물건들 함부로 쓰는 거,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내가 바빠서 참은 거거든."

흠, 그렇지. 너도 속으로 벼른 것이 있었을 테지.


니 옷은... 사실, 체육복만 입고 다니는 너는 고3인데 자꾸 옷을 사달래서 새 옷을 묵히는 것이 아까워서 내가 동생보러 좀 입으라고 했다. 오히려 언니의 허락을 받고 입는다고 일찍 일어나서 언니의 등교길을 기다리는 순진한 여동생에게 언니가 아침부터 화를 낼 것이 뻔할텐데, 몰래몰래 입는 것이 서로 아침부터 기분상하지 않고 좋지 않겠냐고 코치까지 했다. 그건 내가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하지만 어차피 내돈내산 아니니? 하려다가 진짜 속으로만 생각했다. 차마 입밖으로 내뱉어 겨우 화를 추스린 너를 자극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로 하며,

"그래, 알았어. 인제 니 옷 못 입게 내가 따끔하게 얘기해 둘께. " 역시 엄마는 지혜로와져야 한다.

"아니, 내가 안 입을 때는 입어도 되긴 한데... 쟤는 솔직히 옷을 너무 함부로 입잖아. 그리고 내가 한 번도 안 입은 새 옷을 입는 건, 좀 선 넘는 거 아니야? 솔직히." 하며 인제사 큰 아이는 제 말투를 쓰며 제 정신이 돌아왔다.

"맞지, 맞지. 선 넘지. 선 넘었지. 새 옷은 좀 아니지. 그래. 안 되겠네. 내가 진짜로 따꼼하게 얘기를 해야겠네." 하고 큰 아이에게 가식적으로 호응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중간에서 이 무슨 시소타기 중인가 싶다. 진정 내 영혼의 탈곡기, 두 딸들 사이에서 오늘도 교묘한 시소타기 중이다.


내가 그렇게 큰 아이에게 애교를 떨 동안, 저 아이들의 아빠는 둘째의 침대머리에 앉아서 지극히 물질적이기는 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용돈을 둘째의 두 손에 꼭 쥐켜준다.

"우리 땡지는 그거가 없었어? 그래서 언니꺼 빌려 쓰고 있었어? 아빠한테 가지고 싶다고 하지. 너도 내일 나가서 그거 하나 사버려. 인제 치사하니까 언니꺼 쓰지 말아뿌자. 당당하게 니꺼 써 버렷." 하며 나름의 위로를 한다.

그래놓고 나한테는,

"야, 뷰러? 그기 먼데? 도대체! 그기 먼데 쬐깐한 기 18000원씩이나 하노? 참내. 어이가 없네." 하고 툴툴거린 것은 두 딸들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에휴. 이렇게 살벌했던 두 딸들의 싸움은 조금 싱겁게 끝이 났다.

 두 아이가 과연 어떻게 화해를 해나가려나 궁금해서 화해의 과정에는 진짜로 개입을 안 할거라 다짐을 해 본다.


다음 날, 무사히 뷰러로 속눈썹을 한껏 치켜 올려 세운 큰 아이는 19살 인생의 첫 주민등록증에 올릴 증명 사진을 시내에서 유명하다는 어느 스튜디오에 가서 찍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여동생이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랜디스도넛을 한 손에 들고 귀가를 했다.

"야, 이땡지! 너 무슨 맛 먹을래?" 언니가 외치고

엊저녁부터 언니 눈치만 보면서 근처도 안가고 피하던 여동생도,

"머가 맛있는데?" 하고 슬쩍 옆에 앉는다.

"반씩 갈라서 나눠 먹을래?" 하는 언니의 제안에 지니어스라며 엄지척을 해주는 동생.

아침에 큰아이가 시내로 나설 때, 따로 2만원을 찔러 주기를 참 잘 했다고 나 스스로를 속으로 칭찬해보지만, 딸들에게는 모른 체하며 두 딸들을 한참 지켜보았다. 

이렇게 우리집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귀에 피를 흘리며 뷰러 전쟁이 남긴 전리품, 랜디스도넛




예전에 진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우던 나의 두 언니들에게, - 특히 이들은 연년생이라 진짜 징하게도 싸웠드랜다.- 내 두 딸의 뷰러 전쟁의 내막을 상세히 전달해 보았다.

뷰러 하나로 살벌하게 굴은 큰 아이의 성깔머리를 쫌 씹으려 했더니 왠 걸? 이 두 언니들은 모두 언니의 입장이었던 자매님들이라 그런 지, 둘이 동시에 큰 아이를 두둔한다.

"야, 화장의 마지막 완성은 뷰러인데. 그걸 건드렸으니, 이거는 백번 양보를 해도 동생이 잘못했다. "

하는 작은 언니에 이어 큰언니는,

"동생들은 그렇게 언니 꺼를 탐내드라. 그냥 너는 둘이 똑같은 옷을 입는다해도 각각 하나씩 사줘. 그게 지혜로운 엄마야. 누가 입던 옷, 언니든 동생이든 너무 싫지 않냐?" 하며 역시 여왕마마다운 충고를 하신다.

"아, 이제 시작일텐데... 나는 딸이 하나라서 진짜 다행이야."

"아, 나는 딸이 없어서 저른 속시끄럽은 꼴 안보고 진짜로 다행이데이."


막내여서 늘 동생이었던 나는 같은 상황에서 솔직히 동생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음을 인정한다. 각자 사람의 개인적 성장배경에 따라 이렇게 똑같은 일도 전혀 다르게 해석이 되는데 집집마다 자녀들의 분위기는 얼마나 다를 것이며, 자녀들에게 대처하는 부모의 태도도 모두가 다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이른다.

언니들에게 물어보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를 잘 했다 싶었다. 나 혼자만의 틀에 박힌 사고에 내 아이들은 집어 넣지 않고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며 대처해야겠다. 렇게 우리 가정의 평화를 지켜내야지. 암.




간혹 삼남매의 엄마라고 하면 토끼눈을 하고서는 셋을 우째 키우냐고 대단하시다며, 애국자론까지 들먹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이들도 있다.

사실은 셋은 이렇게 렇게 각자 알아서들 잘 자라고 있었다.

19년간 함께 살았지만 당췌 누구인지 모르겠는 내 첫 아이의 주민등록증에 올라갈 스튜디오사진... 도대체 너는 누구냐? 돈을 주고 넘의 자식을 데려온 기분이 드는 것은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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