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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Sep 10. 2023

나들이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타고 말해 주고

잘 구워진 고기를 내 앞으로 밀어주며

이거 다 먹어야 된다고 겁을 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위로를 받았다.


그림같은 산들 위에는 흰 구름이 쳐지고

그 아래로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호수의 빛깔이

마치 누군가를 위로하는 느낌이 들어 한참을 들여다 본다.


잠시 잠깐, 온 세상이 다 나를 위로해주려고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는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왜 나는 자꾸 억울하고 또 서럽기만 할까?


등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사람도 그림같은 호수도 온 세상의 위로 따위도 모두 다 부질없다.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가지고 나면

그렇게 자랑을 하며 함께 하고 싶던 사람들이 사라져버렸는데...

좋은 걸 보고 싶지도 않고,

좋은 걸 먹고 싶지도 않고,

좋을 걸 가지고 싶지도 않다.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갈 뿐이라고 다짐한다.

내게 좋은 것을 먹고, 가지고, 보게 하는 삶이란 끝이 났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다.




마음 속에서 하는 일들과 세상 속에서 하는 일들이 다르다. 그래서 세상이 더 아련하게 슬퍼진다.

세상 속에서 나는 호수를 멍하니 쳐다보 좋다며 실없는 농담을 하며 나를 위로하는 이들에게 웃어보인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의 나는 그 호수에 서러운 눈물이 가득 들어 차는 상상을 한다.

그림같이 예쁜 가을의 풍경이 더 서럽고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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