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6월의 끄트머리에 꺼내 본 나의 '시'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내기에 경이롭다.
아름답다는 평가는 인간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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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장미는
재배(栽培)를 거부한다
우리는 7천만 년 또는 더 오래전부터 정원에 갇혀
철 (鐵)의 아치를 기어오르거나 벽에 매달려 있거나
묶인 기둥을 타는 곡예를 했다
일생을 방긋거리며 축제에 뽑혀다니다
마지막
한 잎의 향과
한 방울의 기름을
남김없이 축출당하고 죽어갔다
뾰족한 피의 가시가
황홀한 열정이라는 거짓 찬사에 속지 말자
가시는 자존심의 제스처일 뿐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꺾인 허리를 펴고 일어나 정형의 사슬을 끊어버리자
줄줄이 피 묻은 손을 잡고 담장을 넘어
풀처럼 뻗어나가자
나 장미는
개량(改良)된 꽃의 여왕 그 왕관을 거부한다
금빛 왕궁을 부수고
놀이동산을 부수고
정원을 부수고
광활한 벌판으로 날아가 자유의 역사를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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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으로
화장대 거울을 기웃거리던
오월의 장미 유월에 지네요
핏물 움켜잡은 넝쿨
가시를 키우며 뻗어가네요
내 젊음이 맡았던 오월의 장미를 보지 못한
점점의 씨앗들이
해마다 꽃으로 태어나
내가 겪었던
사랑 이별 희망 절망 배신 분노의 넝쿨을 잡고
찔리고 피 흘리며 따라오네요
희끗희끗
빛바래 부서지는 종이꽃처럼
오월의 장미 유월에 지네요
시집 『아포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