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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순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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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Jun 26. 2024

장미의 선언

다시 읽는  '시' 


-우리 집 장미-

 




6월의 끄트머리에 꺼내 본  나의  '시'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내기에 경이롭다.

아름답다는 평가는 인간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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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선언     /     김순호 

 


 

나 장미는 

재배(栽培)를 거부한다 


우리는  7천만 년 또는  더 오래전부터 정원에 갇혀

철 (鐵)의 아치를 기어오르거나 벽에 매달려 있거나

묶인 기둥을 타는 곡예를 했다

일생을 방긋거리며 축제에 뽑혀다니다

마지막

한 잎의 향과

한 방울의 기름을

남김없이 축출당하고 죽어갔다 


뾰족한 피의 가시가

황홀한 열정이라는 거짓 찬사에 속지 말자

가시는 자존심의 제스처일 뿐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꺾인 허리를 펴고 일어나 정형의 사슬을 끊어버리자

줄줄이 피 묻은 손을 잡고 담장을 넘어

풀처럼 뻗어나가자 


나 장미는

개량(改良)된 꽃의 여왕 그 왕관을 거부한다 


금빛 왕궁을 부수고

놀이동산을 부수고 

정원을 부수고

광활한 벌판으로 날아가 자유의 역사를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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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장미 유월에 지네요    / 김순호



열린 창으로

화장대 거울을 기웃거리던

오월의 장미 유월에 지네요

핏물 움켜잡은 넝쿨

가시를 키우며 뻗어가네요 

내 젊음이 맡았던 오월의 장미를 보지 못한

점점의 씨앗들이

해마다 꽃으로 태어나

내가 겪었던

사랑 이별 희망 절망 배신 분노의 넝쿨을 잡고

찔리고 피 흘리며 따라오네요 

희끗희끗

빛바래 부서지는 종이꽃처럼

오월의 장미 유월에 지네요  



시집 『아포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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