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김순호 글

자진 반납

운전 면허증

by 김순호





자진 반납 / 김순호




차를 팔고도 지니고 있던 35년 된 운전면허증을 오늘 자진 반납했다.

간단한 이 결정을 하기까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망설였는데 그것은 지방여행을 할 때 렌터카를 이용할 생각과 혹시 해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면허증 갱신이 2025년 12월로 다가오면서 나이가 주는 압박과 이제는 안전을 위해 아쉽지만 놔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면서도 몇 달을 망설이다가 쫓기듯 창구를 찾았다


문자에 안내된 대로 먼저 '서부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았는데 연말이 가까워서인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는 시장바닥 자체였다( 나는 전 국민 운전면허 시대를 체감하며 ) 그래도 반납은 수월하지 않을까 하며 창구직원에게 물으니 '어차피 경찰서로 보냈다 돌아오는 거라 예측할 수 없으니 한가한 경찰서로 가란다' 내 깐엔 날을 잡고 택시까지 불러 찾아갔는데 억울해도 마냥 기다릴 수도, 그렇다고 또 생각을 접을 수도 없어 오늘 내친김에 끝장을 내리라 속으로 오기를 부리며 다시 가까운 경찰서를 검색해 찾았는데 다행히 거기엔 두어 명이 다른 업무를 보는 것 외엔 밀린 민원인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오셨냐는 앳된 경찰에게 운전면허 반납한다고 면허증을 내밀었다 그는 인적사항의 서류에 사인을 하는 나를 보며 몇 번씩 "지금부터 면허가 취소되는 건데 괜찮겠어요."라고 확인을 한다 순간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도 들지 않고 얼른 '감사합니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 긴 망설임이 무색하게도 반납이 완료된 시간은 불과 채 10여 분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차로 혼자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그 가능성은 점차 멀어졌고 끝내 이루지 못하고 면허증을 반납했다.


단순히 면허증을, 그것도 강제가 아닌 자진 반납을 한 것뿐인데, 아니 앞으로는 더 큰 것을 버려야 할 텐데, 나는 사회에서 배제된 실패자가 된 느낌으로 우울했다. 아마도 이 느낌은 나와 같은 나이에서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멈춰 휴대폰으로 찍어 저장한 면허증을 다시 본다. 거리엔 유난히 많은 플라타너스 나뭇잎들이 쫓기듯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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