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무료 맞나요? 무단 아니죠?

by 리틀래빗

2010년대 초반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발행한 “저작권 상담사례100”이라는 책을 가지고 형식적인 수준에서 저작권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저작권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은 미흡한 편이었다. 실제로 저작권 침해나 분쟁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그 중요성과 현실적 무게감을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때, 동 축제나 각종 행사, 노래교실, 에어로빅, 무료 영화 상영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대중음악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 당시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사용 허락을 받고 음악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협회 측으로부터 저작권법 위반 시 벌칙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민센터로 전달되었고, 행정안전부에서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저작권료 납부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거나, 판매용 음반 또는 영상저작물을 그대로 재생하는 방식처럼 일부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사용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후 주민센터에서도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음악에 대해 매달 일정 금액의 저작권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었고, 저작권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방향으로 운영 기준이 정립되었다. 비영리 목적이거나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공연, 재생, 복제, 편곡 등의 행위는 장소나 수익 여부에 따라 예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계기다.

그렇게 음악 저작권 문제가 일정 부분 정리되고, 또 다른 형태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다소 생소한 사안이었는데, 본청의 몇몇 부서에서 법무법인으로부터 정품 폰트(글꼴) 구입 여부와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합의금 청구와 관련된 내용증명을 받은 것이다. 폰트 저작권 문제는 우리 지자체 내부에서 큰 화제로 떠올랐다.


이전에는 현수막, 리플릿, 책자 등 인쇄물을 오프라인으로 제작해 배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온라인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주민들이 종이보다 홈페이지나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지자체 소식을 더 빠르고 쉽게 접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안 보는 건 마찬가지라는 말도 있었지만, 전달력과 접근성을 고려할 때 온라인 게시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홈페이지 게시물에 사용된 폰트가 저작권 침해로 지적되었다는 점이다. 글자의 모양, 즉 '폰트' 자체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구현하는 폰트 프로그램 파일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소프트웨어로 분류된다.


정식 라이선스가 없는 폰트 프로그램이 포함된 형태의 PDF 문서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발생했다. 실제로 폰트 프로그램 업체들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품 구매 요청, 합의금 청구, 심지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폰트 저작권 문제를 겪은 이후 내부에서는 PDF 파일 내 글꼴 포함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했고, 한국저작권보호원(KCOPA)의 점검 도구를 통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도록 전 부서에 공유됐다. 문서 작성 시에는 반드시 정식 라이선스가 확보된 폰트만 사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했고, 저작권 위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공개용 폰트를 사용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사람들은 흔히 공무원을 ‘복지부동’, ‘밥값 못 하는 사람들’이라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는 놀라울 정도다. 사안의 중요성이 공유되고 방향이 설정되면서 강한 실행력으로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데, 이를 계기로 더 나아가 아예 자체 폰트를 개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법적 책임이다. 무료로 배포하는 행위와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무료 배포는 저작권자의 명시적 허락이나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경우를 말하는 반면, 무단 사용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여 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몰랐다’라고 해서 면책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그냥 웃으면서 넘길 일 아니다. “에이~ 설마?“ 하다가 법원 문 앞에서 자신의 통장 잔고 보면서 울게 된다. 구상권으로 진짜 공무원 월급 일 년에 1억 도 못 버는데 1억을 뱉어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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