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당직근무는 어려워

by 리틀래빗

공무원이라고 해서 조직의 모든 업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근무 경험과 부서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은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분야 정도만 깊이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당직근무(근무시간: 평일 18:00 ~ 익일 9:00, 공휴일은 주야2교대)를 맡는 순간, 공무원은 마치 모든 사안에 즉각 답변할 수 있는 만능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부서 간 문서는 대부분 비공개이며, 정보 접근 권한도 제한된다. 당직실 직원이 실질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좁다. 그래서 "정확한 답변은 내일 아침 담당자에게 인계하겠다"라고 안내하는 것이 최선의 조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들에게는 그냥 단순히 무능한 공무원으로 비춰질 뿐이다.


시민들 열에 아홉은 "지금 당장 해결하라"며 막무가내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은, 신고 정신이 투철한 시민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신고 자체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때로는 집요한 공격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보복성 전화는 당직근무의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 차는 단속하면서 옆 차는 왜 단속하지 않았느냐"는 항의가 반복된다. 경계에 따라 어느 구간은 경고장이, 어느 구간은 과태료가 될 수 있다. 정말 억울하다면 다음 날 이의신청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당직실에까지 찾아와 분노를 쏟아낸다. 그러나 이는 현장반이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고, 그분들은 하루하루 돌아가며 당직근무를 하는 직원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니 결과가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직근무는 본래 긴급한 재난이나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생활민원 처리가 주업무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1년 전부터 지자체에서는 긴급 재난대응을 위해 재난상황반을 운영하고 야간 상황실 근무자까지 배치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늘어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서와 경찰서에서는 "지자체는 왜 아직도 출동하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고, 시민들도 "늑장 대응"이라며 비난한다. 평소 당직직원들은 불법 주정차 민원, 소음문제, 동물 사체 수거 등 각종 민원 업무로 현장을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재난이 발생하면, 이미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 중인 직원이 다시 재난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므로, 결국 대응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직업무와 민원처리 업무를 명확히 분리하는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당직근무의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당직근무 중 식당 내 큰 화재가 발생했다.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에 주변 식당 내 손님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그런데 식당 주인들은 모두가 무사히 대피한 것에 안도하기는커녕 손님들을 내보내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며 피해 보상하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생명보호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이었지만, 당직직원은 왜 그런 조치를 해야 했는지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해야 했다. 만약 그 순간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면, 누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재난 상황에서는 개인의 재산권보다 생명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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