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세 가지 일화가 떠올랐다.
1.허우샤오시엔이 사실상 은퇴하였다.
2.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영화를 찍고, 투자를 받고, 개봉을 시키는 감독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라는 컷님의 고민이 떠올랐다.
3.40대의 어머님은 나에게 늘 도스토옙스키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셨다. 이것은 의무라고 하시며.
50대의 어머님은 나에게 이제 도스토옙스키의 책이 이제 이해가 된다고 하셨다.
60대이신 어머님은 며칠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책이 이제 너무 재미있다고 하셨다.
영화는 두 개의 사건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한다.(엄마가 폭격(아마도 도쿄대공습)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처제와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상황들) 이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성(城)과 마주하였을 때 , 이 모험은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아주 지독하게 재미없고 고단한 여행일 거라고 말한다. 모험이 재미있어지는 순간, 그 모험은 망각이자 도피의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고 재미없다고 하면 그것은 이 영화가 원하는 목적에 도달한 것이다.
주인공이 이 두 가지의 사건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고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2차대전부터 전공투 ,경제호황,버블경제,후쿠시마까지 겪은 여든의 노장이 평생 자신이 만든 세계- 성(城)을 부수면서 까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겠는가?
또한 이 방식이 난해해도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기호는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여든의 삶에서 나온 기호들이다. 은퇴를 염두에 두고 찍었던 다른 거장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꿈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그곳에 자신의 심적인 부분을 내재화시킨다. 그렇기에 그 기호들을 독해하려면 당신은 여든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받아드린 유언은 이 말 한마디 같다.
"나의 시대는 끝났다. 모든 것들은 내가 떠안고 가겠다. 너네들은 분명히 날 잊겠지. 하지만 잘 살아다오. 이 세상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