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

춤을 추라는것인가 말라는것인가

by Tony


영화에서 유독 많이 나온 장면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눈을 감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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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논리'는 폐기된다. 사건만 있을 뿐이다. 그 사이에 연결되는 감정들도 블록 단위이다.

강아지가 죽었다며 오열하는 아이에게 LSD 똥을 먹고 뻗은 거라며 안심시켜주었을 때, 정말 그런 건지 아닌지는 강아지가 움직여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장면을 배신한다. 영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그녀의 주장이 맞는지가 아니라 다시 이동하는 장면이다.

아들이 추락했을 때, 아버지는 차체가 파손된 현장을 보지도 못하였다. 그 뒤에 레이브 일원이 목도한 다음에야 말로써 전달해 준다. 영화는 보며 판단하는 행위를 관객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보다'의 권력은 레이브 일원에게 있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아버지와 아들은 누나, 혹은 딸을 잃어버렸고 그녀를 본 적이 없다.

말로만 들었던 레이브파티도 처음 왔고, 다른 곳이 있는지는 레이브 일원들을 통해서 알았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것은 그 레이브 일원들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있다.


'수동적으로 쫓아가는 부자'와 '경험으로서만 돌진하는 레이브'의 간극은 이 영화에서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애초에 이곳에 사람 목소리가 아닌 EDM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고 영화 스스로가 선언하지 않았나?


구약을 비튼 이 도발적인 오프닝에서부터 어쩌면 '이성'과 '절대적 진리'는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 이는 라디오로 새어 나오는 뉴스와 통해 '증언'된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TV의 메카 순례도 그런 의미에서 서늘하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모든 것을 뒤집는다. 이것이 순례가 될 수가 없고, 성숙과는 거리가 먼 이 로드 무비가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은 바로 후반부 지뢰밭이다.


자, 여기에서부터 영화는 아주 복잡해진다. 그동안 자유분방함을 지향했던 영화는 죽음의 게임- 일명 공포 영화의 법칙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주 정교하게 찍어간다. 사람 한 명 없는 텅 빈 청음실과도 장소를 음악과 함께 떠돌던 사람들이 도착한 곳이 인간사의 전쟁의 흔적이라는 실재의 역사 위가 될 때, 그리고 산자와 죽은 자가 나뉠 때 이건 하나의 거대한 우화처럼 보인다. 다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은 죽은 자들의 순서가 춤을 춘 순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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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논리'를 무시하고 배제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충돌이 일어난다. '순서' 없이 무질서처럼 부유하며 떠돌아다니었던 카메라는 느닷없이 이 순간부터 '순서'와 맞닥뜨린다. 자유분방하게 도로를 일탈했던 그들은 이제 탈선이 불가능한 열차 위에 몸을 실었다.

외발이가 걷는 장면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고 식별이 가능한 곳에 덩그러니 외부인의 위치로 그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 세계는 3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이며 앞을 알 수가 없는 , 목적이나 성취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이들이 가고 있는 곳은 '무질서'함으로 가고 있는 세계인 셈이다.



그런데 더 무시무시한 사실은 그들이 그 지뢰밭을 탈출했던 이유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2명은 눈을 감고 갔고, 아마도 루이스는 눈을 감고 걸었을 것이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루이스가 어떤 표정으로 걸어갔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제 '보다'는 의미가 없어진다. '보다'로서 얻을 수 있는 논리와 '이성적 판단'은 형제가 없음에도 공간을 메꾸는 음악보다 힘이 없을 뿐 아니라 의미가 없다. 그들은 딸을 찾아 떠났지만, 딸이 그 모습으로 살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가 끊임없이 스피커에 집착한 이유, 청각에 집착한 것은 그 '보다'와 '믿다'와 '이성'의 관계 대한 그동안의 맹신을 비웃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이중적이면서 힘들다.


도대체 춤을 추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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