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시절 잠시 한국에 방문했던 방학날, 나는 이모집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이모에게 말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목사랑은 결혼 안 할 거야"
몇 년이 지나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한국계 미국인 2세이자 목사를 하고 싶어 하는 신학생을 만나 결혼을 했다. 젠장...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안 할 거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영어에도 그런 표현 있지 않은가!
Never say Never!
절대로 안된다고 했던 일이 절대적으로 생겨난다는 의미의 Never say never의 현실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그렇다. 나는 목사와 결혼을 하였다.
왜 그랬을까? 두두두두 둥.... 베토벤의 운명이 BGM으로 깔리고 하늘이 어두워지며 천둥번개가 치면서 스산한 바람이라도 불 것 같은 배경에 내가 서있다. 앞으로 나는 목사의 아내, 즉 사모라 불리면서 매번 그런 배경에 서있을 것이라는 걸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목회자라는 이유 때문에 액세서리처럼 취급당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게 눈에 빤한데도 나는 그 결혼을 했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네가?
진짜?
미쳤구나?
진짜 안 어울려!
하나님은 너무 위대하고 좋으신 하나님이니까 내가 목사랑 결혼한다고 한들 나의 삶이 더 거룩해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님의 계획 하심을 믿었고 또 그 계획 안으로 강하게 이끄심을 느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목사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별로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0년 가까이 목사의 아내로, 사모로 불리며 사람들을 마주했다.
그런 어느 날 남편은 목사를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 바람에 나는 더 이상 목사의 아내로 살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자유다.
맘껏 교회에 대해서 떠들어볼 생각이다.
필터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