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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n 10. 2024

드디어 때가 왔다.

성교육을 부모가 해야지 성인물이 대신할 순 없지 않은가!

딸아이의 친구들을 태우고 맥도널드로 가는 길이었다. 딸아이와 정말 친한 친구 C는 나를 무척 잘 따랐기에 그날만큼은 앞 좌석에 앉고 싶어 했다. 

"넌 매일 네 엄마 옆에 앉지만 난 그렇게 못하잖아. 오늘은 네가 다른 친구들이랑 뒤에 앉고 내가 네 엄마 옆에 앉고 싶어!"

흔쾌히 딸아이는 뒷자리에 다른 친구들과 앉기로 했고 장난기 가득한 C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뒷자리에서는 여자아이 3명이 조잘조잘 떠들고 C는 내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말을 건넨다. 


그러던 차 C는 내게 물었다. 

"그 노래 알아요? 노래 제목이 음... SEX가 들어가는데 그 노래가 정말 좋아요! 그거 들으면서 가면 좋겠어요"

앵??

 SEX라는 이 파워풀한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는 이 녀석은 아직 그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아니요!" 

녀석의 당당한 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럼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 알아?"

"아니요!"

나는 혹시 아이가 당황스러워할까 싶어서 더 묻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에게는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 모르면 찾아볼 수가 없으니 다른 음악을 듣자며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원을 클릭한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가수는 테일러 스위프트니까... 뒤에서 지네들끼리 낄낄 거리던 애도 내 옆에 앉은 C도 갑자기 한 목소리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녀석들을 맥도널드에 데려가 아이스크림을 사 먹이고 한참 놀게끔 놔뒀다.  종종 너무 시끄러워서 목소리를 낮추라고 하면 또 그때만큼은 조용히 수다를 떨 줄 아는 녀석들이다. 


녀석들과 헤어지고 나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감지한다. 이제 성교육 타임이구나. 

아이가 자랄 때마다 남편과 나는 성에 관해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모 세대들에게서 우리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2세이지만 그의 부모는 70년대 이민을 왔기에 뼛속까지 보수적인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분들이었고 (아직까지도  70년대를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나의 부모는 전형적인 한국인 베이비부머 세대 아닌가? 그들에게 성은 남사스럽고 쑥스럽고 쉬쉬하고 비밀스러운 것이었다.


어른되면 다 알게 된다! 

성에 대한 궁금증은 늘 나중에 알게 된다는 대답으로 퉁쳐지는 게 우리 부모 세대의 가르침이었다. 지금은 알 필요도 알아서도 안 되는 영역.  그들에게 섹스란 숨 쉬는 것처럼 밥 먹는 것처럼 원초적인 것이기에 다른 가르침은 필요 없는 것이라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알았을까? 쉬쉬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에 수많은 아이들이 포르노로 성을 배웠다는 사실 말이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발전은 아이들이 매우 쉽게 성인물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었고 그런 류의 비디오를 접하는 나이는 빠르게 낮아서 이제는 만 11-12세라고 한다. 자극은 극대화인데 그걸 받아들일 이해의 수준은 아직 너무 어린것이다. 그래서 성교육은 너무나 절실하고 그것은 부모에게서부터 꼭 시작되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너무 빨리 알아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성적인 호기심은 인간이 성장하며 생기는 게 아니다. 인간의 영혼이 살고 있는 육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는가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성교육은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성이란 너무 원초적인 것이라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 게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원초적인 본능이라 할지라도 질서와 예의와 존중이 존재해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걸 가르치지 않으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걸 알기에 이해하고 몸에 배는 가치관이 될 때까지 가르치고 가르쳐야 한다. 섹스는 몸에서 이뤄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성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 섹스와 순결을 가지고 저울질을 하는 건 죄책감과 죄의식 그리고 부끄럽고 치욕적인 것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섹스가 욕구라고만 가르치면 상대는 고려하지 않는 매우 이기적인 행위가 돼버린다.  내 욕구를 풀겠다는데 왜? 뭐가 어때서? 


Gustav Klimt - The Kiss 이 그림만큼 사랑스럽게 표현한 사랑이 있을까 싶었다. 


그럼 우린 아이에게 무얼 가르쳐야 할까? 나는 내 아이에게 성교육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6개의 중요 포인트를 만들었다.  아이의 성장과 나이와 이해력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6개의 포인트를 당장 다 가르치진 않을 것이다.  


1. 섹스는 매우 아름다운 행위라는 걸 알려야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몸으로도 함께 연결이 되고 하나가 되는 행위라고 인식해야 한다. 그 아름다운 행위를 욕구로만 가르쳐선 안된다.  섹스는 욕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책임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사랑이라는 행위는 너무 아름답지만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는 섹스라는 행위보다 훨씬 무겁고 때로는 가혹하기 때문이다. 섹스는 한 번의 즐거움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존재라는 걸 인식한 상태로 이뤄져야 진실될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3. 존중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내 욕구가 너무 크고 내가 더 힘이 세기 때문에 가능한 행위가 아니다. 섹스가 힘에 의한 행위가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인간임을 포기하는 동물적인 행위라고 가르쳐야 한다. 존중과 예의가 없는 성행위는 상대를 향한 폭행이 되는 것이고 범죄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존중과 예의가 사람을 동물과 다른 존재로 만든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4. 상대의 동의는 확실하게 "그래 나도 동의해"라고 하는 것이다. 걔가 눈치가 원하는 것 같았어 혹은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아서 내 손을 잡아줘서 키스를 하게 해 줘서가 아니라 확실하게 동의를 구하고 상대에게 그 동의를 확실하게 얻고 나서 이뤄져야 한다. 상대가 동의를 했더라도 과정에서 망설임이 있고 원치 않는다는 표현을 하면 당장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우린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그건 예의고 존중이다. 


5.  성행위는 새 생명을 품는 과정으로 연결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섹스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녀가  엄마 아빠가 될 수 도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은 섹스 자체가 즐거운 행위를 훨씬 넘어서 인생의 방향과 계획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일이 될 수 도 있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매우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떤 것인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매우 상세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 가르침은 정말 힘들어가 아니라 매달 얼마의 양육비를 필요로 하며 네가 품었던 미래에 대한 꿈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이다. 아기를 낳으면 알아서 자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기에 대한 그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6. 피임기구와 피임약에 대해서 설명하고 사용법까지 완전히 가르쳐라. 


나는 아이가 자기 스스로의 몸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아름답게 여기길 바란다. 부모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성은 매우 표면적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일이 근육을 드러내고 가슴을 드러내고 엉덩이를 실룩이는 일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지 않은가?  너의 가치는 네 몸 그 이상의 것임을 알 때 아이는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소중함을 서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며 예의를 갖추며 책임을 질 자세를 갖는다면 내 아이가 경험할 성은 매우 아름다운 것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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