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Apr 16. 2024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I

소통이 안 되는 사람과의 만남은 피하라

딸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내게 말했다. 

"엄마! N이랑 L 이랑 내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 내일 쉬는 시간에 놀이터에서 결혼식을 올릴 거야!"

"그래? 부모님들도 아셔?"

"N엄마한테 말했더니 너네는 너무 어려라고 했어.  하지만 N이랑 L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초등학생 딸아이는 친구의 결혼식에 꽤 흥분이 된듯하다. 


그다음 날, 아이에게 물었다. 

"결혼식은 어땠어?"

"못했어"

"왜? 쉬는 시간에 애들이 모여서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 한 분이 보시고 너네 뭐 하냐고 그래서 결혼식 한다고 했더니 그러는 거 아니래.  근데 나도 좀 우리가 결혼을 하기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결혼식은 못하고 그냥 놀았어"


천진난만하게 웃고 즐거운 아이를 보다 문득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아직은 엄마 아빠 품이 좋은 아이지만 어느 날 깨끗했던 피부에서 여드름 한 두 개가 삐져나오고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날이 오면 너는 부모보다 친구를 더 찾고 의지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순간이 온다면 분명 속상하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걱정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미래 내 아이는 어떤 연인을 만나고 사랑하게 될까? 

녀석의 첫사랑은 어떤 사람일까? 

녀석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받길 원할까?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아이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니? 

아이는 무조건 잘생긴 사람이라고 했다. 

아이의 기준이 너무 확고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잘생긴 사람이 누군데? 

아빠! 

아... 기준이 그렇게 높은 건 아니구나 싶다. (미안하다 남편. 사랑한다 남편)


아이의 기준은 아빠다. 

아빠 같은 사람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다정하고 헌신적인 아빠 밑에서 자란 아이가 만나고 싶은 남자의 기준은 아빠인가 보다. 


아이에게 나는 아빠 같은 남자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 했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아이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서로 생각하는 게 비슷한 사람이라 했다.  아이는 자라면서 여러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다.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자랐지만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가치관과 세계관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소통은 수월해진다.  말이 통한다는 건 가치관과 세계관이 겹쳐지면서 방향성이 정해진다는 것과 같다.  함께 가고자 하는 길, 함께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같을 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있고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 있으며 서로를 이끌어 주는 힘이 되어줄 있다. 


또래보다 결혼을 일찍 한 편인 나에게 친구들은 물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확신이 뭐였는지 궁금했던 그들에게 나는 말했다. 

말이 잘 통하고 날 잘 웃게 해 줘서라고.... 

절친은 그런 내게 지금 만나는 그 친구와는 도저히 그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가 않는다고 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랑 평생 살 자신 있어?"

"아니" 

"그럼 아닌 거야" 

그가 아무리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사람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없다면 마음의 평안도 행복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마음이 편안한 것은 내가 함께 하는 이가 편안할 때 가능한 거니까... 


내 아이가 누군가를 만날지 고민한다면 나는 우선 물을 것이다. 

그와 소통이 잘되니? 

말을 하면 잘 통하니? 

너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니?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크면서 들었던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