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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l 02. 2024

버킷 리스트 말고 평안 리스트

불안한 삶 속에서 평안 찾기

나는 학교에서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풋풋한 학생들을 만나는 반면 남편은 죽음을 앞둔 80대 노인들을 만난다.  우린 그 두부류의 사람들 사이에서 딱 중간인 40대를 지나가고 있다. 어리바리하고 혼란스러웠던 내 20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inner peace 즉 내면의 평화가 흔들리는 것 같다. 지금의 40대는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견고한가. 하지만, 이내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 그리고 건강의 문제 또 직장에서의 문제는 불안을 벗 삼게 한다. 꾸준하고 변함이 없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인간의 삶은 불안 덩어리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노년의 시간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리고 종종 치과에 찾아오는 노인들을 보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남편은 영혼이 반쯤 가출한 얼굴로 그날 있었던 일을 나눴다. 메디케이드 (미국 정부 보조 보험)로 운영되는 시설에 수용된 시한부 환자의 삶은 정말 열악하다.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의 숫자는 너무 많고 수당은 적으니 늘 간호원은 모자라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정말 많은 도움의 손길과 돌봄이 필요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날도 그런 환자들은 병원에서 수시로 도와달라고 말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얻기 위해선 한없이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남편은 복도를 걷다가 복도 가운데 쓰러져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혼자서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노인이지만 그 누구도 당장 그를 돕지는 않았다. 남편은 그를 부축하며 괜찮냐고 물었고 다시 간호원을 애타게 찾았다. 그때 그 노인은 남편의 이름표를 보았다. Chaplain이라고 쓴 이름표에 그는 아주 듣기 힘든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나도 목사였소.... 신학대학 학위를 받았었지... 


남편은 그의 눈을 쳐다봤고 그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고 했다. 남편의 눈에는 그는 더 이상 늙고 힘이 없고 죽는 날만 기다리는 수많은 노인중 한 명이 아니라 남편처럼 한때 목사였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남편은 그를 부축하며 이런저런 말을 걸었지만 말할 힘조차 없었던 그는 조용히 남편의 손을 의지한 체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남편은 그에게 축도를 같이 하겠냐고 제안했고 그의 손을 붙잡고 20년 목회 생활을 하면서 읊었던 말씀을 한때 목사였지만 이젠 천국 갈 날만 기다리는 그와 함께 읊었다고 한다. 


“May the Lord bless you and keep you; May the Lord make His face shine upon you, And be gracious to you; May the Lord lift up His countenance upon you, And give you peace.” (Numbers 6:24-26, NIV)


여호와께서 너를 축복하시고 지키시기 원하노라.  여호와께서 너에게 자비와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노라.

여호와께서 인자하게 너를 바라보시며 너에게 평안을 주시기 원하노라. (민수기 6:24-26)


남편이 말했다.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았어.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주르르륵 흘렀다. 


죽는 거 말고는 기다릴게 아무것도 없는 때가 우리 모두의 인생에 찾아온다는 사실은 지금 삶의 우선순위에 매우 크나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

40대 중반의 나와 남편은 이런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한다.


더 많이 사랑하자.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자. 

여행을 가자. 

좋아하는 그림을 보러 가고 멋진 공연을 보자. 

내 학생들에게 더욱 좋은 선생님이 되자.

좋은 음악이 있으면 가수와 노래 제목을 꼭 적어놓고 듣고 또 듣자.

날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자. 

선하고 바르게 살자.


인생은 너무 짧고 쉽게 우울해질 만한 일들은 늘 가득하지만 그래도 잘 살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 에너지를 붓고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 


삶은 너무 불안정하지만 그 불안정 속에서도 평안을 찾고 기쁨을 찾는 노력이 그나마 좀 더 낫게 살게 하지 않겠나. 잘 살기 위해서 나는 리스트를 만든다.  나와 남편과 내 딸아이와 함께. 





"The LORD bless you and keep you; the LORD cause His face to shine upon you and be gracious towards you; the LORD lift up His countenance unto you and grant you peace."The LORD bless you and keep you; the LORD cause His face to shine upon you and be gracious towards you; the LORD lift up His countenance unto you and grant you 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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