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지 않는다.
그녀는 다짜고짜 앞니 때문에 직장을 못 구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앞니 두 개만 예쁘게 만들어지면 직장도 바로 구해질 것이고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녀의 나이는 이제 막 이십 대 중반쯤 될법해 보였지만 그녀의 엑스레이는 70대 노인의 치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TMI이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자신이 얼마나 불쌍하고 딱한지 한껏 늘어놓았다. 마치 자랑을 하듯 불행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녀의 치아는 앞니 두 개로 해결될만한 게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이는 부러져 뿌리만 남은 체 잇몸에 박혀 있었다. 씹을 수 있는 어금니는 모조리 조각조각이 나있었다. 오직 앞니로만 음식을 씹을 수 있었겠지만 앞니도 오늘내일 언제 부러질지 모른다. 치과에서 일하면서 마약이 치아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여러 번 봐서 안다. 그녀는 전형적인 meth mouth를 가지고 있었다. (히로뽕 종류의 마약을 하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구강상태다. 치아는 조각이 나고 잇몸은 가라앉으면서 염증이 가득하다. 정상적인 치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입안이 초토화된다)
그녀는 앞니만 고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기에 우린 그녀를 설득했다. 뽑는 건 그녀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뽑으면 이가 없을 텐데 지금보다 더 멍청하게 보일 거라 했다. 사실 그녀는 지금 있는 치아를 모조리 뽑고 틀니를 해야 한다. 고작 20대 중반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지금 치아 상태에서 예쁘게 앞니는 때워달라고 했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돈이 없어서 크라운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 더 시급 한 건 뿌리만 남아있는 치아를 모조리 발치하는 거라 했다. 언제 어떻게 염증으로 번져나갈지 모를 상태에서 그녀는 오직 눈에 보이는 문제만 치료해 달라고 한다.
우린 다음 예약 날짜를 잡고 그녀를 보냈다. 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치아부터 해결하고 앞니를 생각하자는 말만 여러 번 반복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종종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 상태도 견디기 힘들 텐데 그녀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로 그녀는 지난번과 똑같이 앞니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을 찾으려면 앞니가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빠른 시일 내 예약을 잡고 싶다고 했다. 앞뒤가 어설픈 논리와 장황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아무래도 마약을 하고 내게 전화를 한 게 아닐까 싶었다. 무심결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다.
내가 아는 그녀의 얼굴이 머그샷 이미지에 떴다. (미국에서는 범죄자들의 얼굴과 함께 범죄 내역과 함께 어느 감옥에서 얼마나 있었는지까지 세세히 나온다.) 그녀의 이름과 그녀의 얼굴 그리고 그녀의 모든 범죄 기록이 이름 검색 하나로 다 나왔다. 절도와 불법 마약 복용 및 소유와 판매를 했다는 기록이 연도별로 나온다. 고작 19살의 나이로 그녀는 감옥을 집처럼 오간 듯하다.
저렇게 곱고 예쁘고 아름다운 나이인데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던 걸까?
그녀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을 해놨지만 그녀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마약에 취해 전화를 했으니 기억을 못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지만 그녀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다 썩어서 검게 변한 앞니 때문에 직장을 구할 수 없다는 그녀는 앞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굴었지만 막상 병원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이 바닥을 뚫고 지하 백 층까지 나가떨어지면 혼자서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 혼자서 마음을 다져먹고 새롭게 시작하려 해도 그 결심을 유지시킬 힘과 동기가 전혀 없기에 불가능하다. 그녀는 분명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고 내게 전화를 했겠지만 딱 거기까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녀는 그런 인생을 살 것이다. 정말 죽음의 벼랑 끝을 경험하고 자신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힘을 어디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녀는 그렇게 살다가 죽을 것이다. 너무 차갑게 느껴지고 비관적이라 해도 현실은 정말 그렇다.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고 환경을 원망하다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또 마약을 하다가도 새로운 직장에 대한 꿈을 꾸다가 또 마약에 빠지다가 너무 젊은 나이에 너무 아름답고 예쁠 나이에 죽음을 가까이하게 되는 게 중독자의 삶이다.
난 그런 삶을 너무 자주 흔하게 일터에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