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정리

18살, 그리고 천만 원의 수업료

글러먹지 않았다

by MamaZ

학기마다 중국 유학생들이 3-4명 꼭 있다. 그들에게 어떻게 내 수업을 듣게 되었냐고 물으면 다른 중국인 유학생이 내 수업을 소개했다고 한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를 통해 내 수업을 들으라고 하나보다. 순간 내가 대륙 스타일인가 싶었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어 엑센트가 섞인 내 영어와 수업방식이 낯설지 않아 알아듣기도 이해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내 수업에 매우 조심스럽지만 성실하다. 그 말은즉슨 강의 중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강의가 끝나고 날 찾아오거나 이멜로 질문하는 것에는 적극적이다. 아시아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점수에 예민한 편이어서 왜 재시험을 허락하지 않는지부터 어떻게 하면 더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가가 인생 최대 관심사인 듯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그렇게 만난 대륙의 유학생들이 꽤 된다. 그중에 정말 기억에 남는 한 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매우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완전 E 성격의 소유자였다. 숙제도 정말 열심히 정성을 다해하고 수업 참여 태도도 좋았다. 그런 그가 에세이로 자신의 삶이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나눠줬다. 코로나 시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감금되다시피 집에 있어야 했던 그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상에서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절 너무나 철없게도 온라인 도박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것도 겨우 18살에 말이다. 심심해서 시작한 위험한 게임은 결국 너무 짧은 시간 내에 천만 원이 넘는 빚을 남겼고 부모님께 들켰다고 한다. 발칵 뒤집어진 부모는 이제 겨우 18살 된 아들이 도박빚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았고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다. 그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을 생각이니 네가 알아서 벌어 갚으라고 한 것이다.


그 당시 정말 감옥에 끌려가면 어쩌나 싶은 그 절실함과 두려움에 내 학생은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N잡러의 삶을 살면서 2년 동안 그 빚을 다 갚았다고 했다. 절대 갚을 수 없는 금액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걸 갚고 나니 자기가 못할게 뭐가 있을까 싶어 멀리 중국에서 미국까지 유학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아버지 어머니가 그 빚을 다 갚아줬다면 자신은 아마 폐인이 되었을 거란 말과 함께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 준 것에 대해서 말이다. 나의 학생은 어려움을 이기자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는 말로 에세이를 마무리했고 나는 한참 잔잔한 감동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글러먹었어.

이번 생은 졸망이야.


삶의 시련은 이런 말을 내뱉으며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들고 싶게 만드는데 그 시련에 맞서서 싸워보니 다음 단계로 갈 힘을 길러주기도 한다. 18살 때 저지른 어리석은 실수가 오점으로 남지 않았던 건 도망가지 않았고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은 내게 미국에서 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하고 싶은 더 큰 꿈을 내게 나눴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도망가지 않고 맞서고 이겨서 여기 미국까지 와서 나를 만난 이 모든 운명적인 스텝 모두를 감사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의글이 나의 하루를 꽉 채우고 좋은 에너지로 또 학기를 이끌 힘을 보태줬으니까.


삶은 매 순간 결정을 해야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늘 옳고 바른 결정을 할 순 없다. 하지만, 실수를 했다고 한들 그 문제와 맞서고 씨름을 하면 그건 또 우리의 삶에 거름이 되어 성장으로 이끈다.


나의 실수와 오점, 과거의 아픔들을 마주하는 건 매우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꼭 마주해야 이겨낼 수 있다. 마주하지 않으면 괜찮아질 기회가 더 나아질 기회가 성장할 기회가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이겨내지 못한 과거의 모든 것들은 상처가 되고 열등감이 되어 미래를 집어삼킬것이다


꿀꺽하고...


#이번생졸망말자

#마주하고이겨라

#성장할기회를줘라

#인생의근육은_시련에서_시작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침범할 수 없는 경계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