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Jun 27. 2024

목사랑 결혼해서 좋은 게 있냐고?

당연 없지 있겠니?

남편이 목사로서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을 때다.

잘 모르는 어르신을 교회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다짜고짜 나에게 훈계를 하신다.

"사모님~ 사모님은 교회의 어머니라는 걸 잊지 마시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거 행동하는 거 모두 조심하셔야 합니다. 남편 보필 잘하면서 너무 튀지 않아야 하고요.  아셨죠?"


북한이야?

무슨 내가 수령님이랑 결혼했어? 내가 무슨 교회의 어머니? 이단이야?



남편이 목사를 그만둘때즘 내게 물었다.

목사 "사모"라서 좋았던 게 있었냐고....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생각을 해봐도 좋을게 정말 한 개도 없었다.


좋을게 뭐가 있겠나?


임신을 못하고 있을 때 한 성도는 내게 말했다.


"번성하라고 하셨는데 사모님은 애도 낳지 않고.. 그게 다 죈 거 알죠?"


임신을 그래도 못하고 있자 한 성도는 내게 물었다.


"도대체 피임을 얼마나 철저하게 하길래 임신이 그렇게 안돼요?"


내 미술 작품을 본 한 성도는 말했다.


"사모가 저런 작품 하면 목사님 사역 힘들어져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하자 한 성도는 말했다.


"사모는 목사님 옆에서 조신하게 있는 게 맞는 거예요"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내 손톱을 보자 한 성도는 말했다.


"어머 사모님이 하기엔 좀 그렇다"


한 성도는 너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이거 드세요~ 하며 내 손에 빵을 쥐어주고 간다. 그녀는 내가 빵을 받고 지나갔을 거라 생각했는지 옆에 성도에게 말했다.  


"나 살찌는 거 싫어서 빵 안 먹어"


그때 일반 성도가 서 있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목사가 서있었다면?


순간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것 같아 그 빵을 버렸다.


결혼 십 년 만에 아이를 낳자 한 성도는 말했다.


"(마치 나의 임신이 자신의 덕인 듯) 거 봐요 우리가 기도 하니까 들으시잖아요"


이제 한 살 된 내 아이가 울자 한 성도는 말했다.


"목사 자식은 울면 안 되는 거야~ 성도들한테 잘 안기고 낯도 안 가려야 사랑받아"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다.


목사님들이 교회에서 성적으로 타락을 하지 않게끔 사모는 목사의 성욕을 잘 풀어줘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기가 막혀 웃음만 나온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옷을 어떻게 입고 무슨 브랜드 가방을 들고 손톱 컬러마저도 판단의 잣대에 올라가 잘게 잘게 쪼개져야 했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성적 타락을 막기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받쳐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20년이다. 그뿐인가? 이제 막 돌이 지나 엄마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안기고 싶어 하지 않았던 내 딸도 목사의 딸이기에 울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교회 사람들에 대한 냉소함이 가득해졌다.


그 냉소함은 I don't give a shit의 마음가짐을 지니게 하였고 누가 뭐라고 하던 그냥 내 갈길 가며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차피 노력해도 욕먹을 것이고 노력하지 않아도 욕을 먹을 거면 내 캐릭터에 맞게 사는 게 나한테도 내 신앙에도 바른 모습이었을 테니...


그래서 남편의 질문에 나는 좋은 게 한 개도 없었다고 했다.


정말 한 개도 없었다.


남편은 그게 좀 안타까웠고 미안하고 충격이었던 것 같다.


"네가 목사니까 그냥 어쩔 수 없어서 사모로 산 거야. 이혼할 순 없잖아?"


20여 년의 목회를 접은 남편은 내게 말했다.


"앞으로 20년, 네가 하는 일에 나는 무조건 서포트할 거야. 네가 했던 것처럼 나도 할게"


그 말이 무척 고마웠지만 순간 그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내 곁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돕기만 한다고 한들 내가 들었던 저런 말들을 들을 일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교회에서 목사와 사모에 대한 편견은 사실 남자와 여자를 향한 성차별이다. 여자 목사와 남편 사모라면 저렇게 말했을까?


성차별이 굉장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곳이 교회다. 특히 한인교회.


세상 모든 교회의 사모들이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건 정말 좋을게 하나도 없는 사모의 삶을 남편 때문에 견디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편견을 사모들은 또 듣고 경험하며 참아야 할까? 남편 목사들은 아내들의 수고를 어떻게 보상하며 살아야 할까?  그 미안함이 닿을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목사랑 결혼한 사모라면... 그리고 그 삶이 너무 고단하다면 나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신의 삶을 살아라.

당신은 목사인 사람이랑 결혼을 했지 교회랑 결혼한 것이 아니다. 교회랑 결혼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정신병자 취급해라. 헛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 없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에게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교인들을 만족시킬 필요도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발버둥 칠 필요도 없다.  남편이 목사고 그가 일하는 교회는 그의 일터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회도 따로 다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당신 다울 수 있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자. 하나님은 교회에 충성하는 마르다 같은 사모를 원하시지 않고 예수님의 발밑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 귀 기울이는 마리아를 원하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 수 있는 게 목사밖에 없는 목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