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Jun 30. 2024

교회보다 가족이 먼저였다.

금쪽이는 가정교육이 더 중한디!

남편과 나는 청소년 사역을 꽤 오래 했었다. 

똥꼬 발랄한 꼬맹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함께 할 수 있던 건 너무나 큰 기쁨이자 영광이었다. 그들의 인생에 우리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남편이 교육전도사로 부임해서 만났던 아이들은 이제 다 큰 성인이 되었고 종종 우리를 찾아 주례를 부탁하기도 했다.  녀석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났던 건 내가 기억하는 녀석들의 모습은 아직도 중학생 고등학생이기 때문이다. 마치 내 아이를 시집 장가보내듯 나는 그들의 결혼식에서 울곤 했는데 이제 녀석들이 부모가 되기까지 했으니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물론 모든 기억이 좋았던 건 아니다. 

집에서 제대로 훈육과 교육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교회 안에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엉뚱한 말을 한다거나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뒤에는 늘 이해하기 힘든 부모가 있었다. 


어느 날 한 아이는 문고리를 가방에 넣고 왔었다. 일반 방문에 설치하는 문 손잡이 말이다. 그 아이는 종종 드라이버도 가져오고 칼도 가져오곤 했다. 그런 그 모습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녀석에게 나는 왜 그걸 가져오냐고 묻고 칼같이 위험한 물건은 빼앗기도 했었다. 


나의 질문에 녀석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그러고 싶어서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녀석은 언젠가 연쇄살인범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녀석을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다른 아이와 어울리기 힘들었던 녀석의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던 나는 그녀의 엄마와 커피숍에서 마주했고 녀석의 이상 행동들에 대해서 조심스레 나눴다. 


"아이고~ 그거 애가 관심받고 싶어 해서 그러는 거예요.  걔 사춘기잖아요.  사모님이랑 전도사님이 애한테 좀 더 신경 좀 써줘요.  내가 바빠서 애한테 잘 못해요.  그래도 걔가 교회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러니까 좀 애한테 관심도 갖아주면서 가르쳐주세요.  그럼 애도 알아들을 거예요"


그때 내 나이 고작 20대 초반.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당신 아이를 봐주고 관심을 갖고 가르치라니 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의 아이가 당신의 관심을 고파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너무 바빠서 그러질 못하니 사모와 목사가 알아서 잘해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기가 막힌 경우를 우린 매우 자주 마주했다. 


우리 아이 공부 좀 하라고 지도해 주세요~

우리 아이 일찍 좀 일어나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우리 아이 xx 대학에 원서 넣으라고 좀 해주세요~

우리 아이 친구들이랑 잘 좀 지낼 수 있도록 자리 좀 만들어 주세요~

우리 아이 학교에서 픽업 좀 해주세요~

우리 아이 좀 봐주세요~

우리 아이 지도하면서 예의 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좀 가르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 이번에 선교지 데리고 가서 철 좀 들게 해 주세요~


그들은 하나같이 부모의 말은 듣지 않으니 우리에게 부탁하는 거라 했다. 

너무 기가 막히지 않는가? 

부모 말도 안 듣는 애새끼가 우리가 뭐라고 말을 듣겠나? 

그리고 당신들이 부탁하는 건 내 새끼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는 것 아닌가? 그게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부모들은 종종 당신의 아이가 교회에서 소위 "은혜 체험"을 하면 하루아침에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변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단연코 아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과 생각은 백 프로 가정에서 부모의 앞 뒤 옆모습을 보고 배운 결과물이다. 왜 하나님이 이 세상에 교회가 아닌 가정을 먼저 세우셨겠는가? 가정에서 부모 밑에서 사람 됨됨이를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사람 됨됨이를 목사가 교회가 무슨 방법으로 가르치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문고리를 가져왔던 학생이 내게 울면서 전화를 한건 우리 부부가 그 교회를 떠난 뒤 얼마 안 되서였다.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가 감옥에 수감되었다고.... 자기 키우려고 그런 거지 엄마가 나쁜 일을 한건 아니라고 오해라며 울기 시작했다. 내게 카페에서 아이를 부탁한다던 엄마는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고 성매매 알선을 했다가 구속이 되었다. 난 녀석을 달래고 달랬다. 하지만, 냉정할 수밖에 없었기에 아이에게 말했다. 


너 먹여 살릴라고 그랬다고? 그거 아냐. 널 혼자 둬야 할 적당한 핑계가 필요해서 했던 말이야. 엄마가 구속된 건 너 때문이 아니라 네 엄마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 거야. 너 잘못한 거 한 개도 없어. 너 때문이 절대 아니야. 그러니까 너 이제부터 내 말 똑바로 들어.  이제 진짜 너 혼자 살아야 해. 네가 혼자 살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해.  


죄책감으로 녀석의 인생 구석구석에 죄책감을 구겨 넣을 거라 생각하니 나는 냉정해져야만 했다. 녀석에게 돈을 조금 보내겠다고 했으나 우느라 말을 잇지 못하던 녀석은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는 녀석의 소식도 녀석 엄마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내 입에서는 씨발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나왔다. 

교회 집사이자 엄마였던 그녀는 아이에게 너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고생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말로 죄책감과 좌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가 했던 모든 범죄가 녀석을 키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꼭 선택해야 했던 일이라고 말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는 자신의 삶 자체가 부정되어야 했을 것이다. 

나 때문에... 내 존재 때문에... 내가 그럴 가치가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평생 묻고 물을 것이다.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은 사실 부모를 향한 사역이다. 

 

자녀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잠시 맡기신 선물이지 소유가 아님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래서 내 소유로 내 마음대로 아이를 하려 하지 말고 노엽게 하지 말고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험한 세상에서 꿋꿋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내적 영적 성장을 돕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의 그 바탕은 가정에서 부모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교회가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목회자가 물론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때 만났던 목회자가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은 1퍼센트도 안될 것이다. 사람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부모다. 부모가 아이의 바탕이자 뿌리이자 근원이다. 


정말 정말 정말 너무나 간곡하게 전하고 싶다. 

교회는 당신의 아이를 바꿀 수가 없다. 

당신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보살피고 아끼고 인내하고 지도하는 건 부모 몫이다. 그게 하나님이 이 세상에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먼저 세우신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사랑 결혼해서 좋은 게 있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