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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Sep 28. 2024

Soul Food

누구에게나 영혼을 달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음식을 잘 못한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내가 며칠 전에 닭볶음탕을 성공적으로 만들었어도 나는 이렇게 단정을 짓고 음식을 못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엊그제 만든 갈비탕의 기름이 덜 둥둥 떠다녔다면 나는 꽤 괜찮은 요리사라고 자화자찬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리가 즐겁다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다.

어떻게 요리가 즐거울 있을까? 

난 단 한 번도 요리를 즐겁게 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삶은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이 많지 않은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직장을 나가고 애를 키워야 니까 내 시간을 희생하듯 먹어야 하니까 음식을 즐거움으로 느낀 적은 없었다. 음식을 한다는 건 의무 같은 것이었다. 살기위해서 꼭 해야하는 행위 같은것 말이다. 


먹는 걸 가리지 않는 편이다. 

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청소년 시기를 보냈던 나는 주는 대로 먹어야 했다. 징징 거리며 이건 맛이 없네 저거 먹고 싶네 따위는 가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미국인 집에서 하숙을 했기에 그들의 음식과 음료를 꾸역꾸역 쑤셔 넣어야 할 때가 얼마나 많았겠나?  나는 어렸지만 그 누구도 나의 어림을 받아주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나는 단 한 번의 불만을 터트리지 않고 먹었다. 그래야 살았으니까. 


그래도 내가 잘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김치찌개다. 

신김치를 잘라다가 돼지고기와 함께 넣고 푹 끓여서 먹는 김치찌개는 내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찾는 음식이고 급하게 한 끼를 해결할 때 찬밥에 먹는 뜨거운 국물 음식이기도 하다. 


어제는 그런 김치찌개를 한 솥을 끓였다. 

집안에 냄새가 베지는 않을까 싶어 늦은 밤 뒷마당에 부르스타를 꺼내 끓였다. 시원한 가을바람은 김치찌개 냄새를 이리저리 퍼트렸지만 야밤에 야외에서 끓이는 김치찌개의 냄새는 금방 사라져 버렸기에 옆집 리오 아저씨도 좐 아저씨는 낌세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뜨겁게 끓인 김치찌개에 찬 밥을 말아 몇 숟갈 먹는다. 

벌건 김치찌개 국물에 찐한 신김치의 맛과 기름진 돼지고기 어우러지자 뜨겁게 시원함을 느낀다.  


9월은 며칠 남지 않았고 나는 늘 피곤하고 내일도 피곤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김치찌개가 있어서 영혼이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그런 Soul food가 있을 것이다.  

영혼의 음식...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가장 순박한 음식. 

나에겐 김치찌개가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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