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잡러의 미술관
수영은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 하기에 딱 어울리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오롯이 나 혼자 물에 몸을 담그고 내 호흡에만 집중을 하면 되는 운동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숨 쉬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지만, 수영만큼은 매번 그 호흡의 박자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호흡에만 신경을 쓸 수 있다.
팔을 한 번 젓고 두 번 젓고 세 번 저을 때 고개를 돌려 숨을 들이마신다.
하나 둘 셋 흐흡
들이 마신 숨은 물속에서 코로 내뱉는다.
하나 둘 셋 후
inhale, exhale
Maude Ovize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 Sunday Afternoon에서 작가의 시선은 밖에서 안을 바라보고 있다. 물속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작고 큰 물결은 바닥의 타일을 휘어 보이게 한다. 투명한 물은 그 속을 다 보여주지만, 비틀어지고 휘어진 물 안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 물속을 여유롭게 수영하는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Sunday Afternoon을 즐긴다. 물 밖의 세상에서 물 안으로, 긴 호흡을 내뱉고 짧은 호흡으로 공기를 들이마신다.
정말 오랜만에 수영을 하자 온몸에 피로감이 쌓인다.
예전에는 왔다 갔다 쉬지 않고 30분은 했는데 이젠 한번 왕복을 하면 숨이 차서 수영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내 가쁜 숨소리와 심장의 쿵쾅거림에 충분한 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이제 그만할까 싶지만 겨우 10분이 지났을 뿐이다.
1970년대 Marina Abramovic과 Ulay는 딱 두 번 Breathing in breathing out이라는 퍼포먼스를 했다. 두 사람의 코는 담배 필터로 막혀있고 두 입은 서로 포개져있다. 외부의 공기로 호흡을 할 수 없고 오직 두 사람의 폐 속에 있던 공기만을 주고받을 뿐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생명을 지탱해주는 호흡을 주고받는다. 한 사람이 호흡을 멈추는 순간 다른 한 사람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다. 점점 산소가 없어지고 이산화탄소만 주고받자 온몸에 땀이 흐르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관객들은 그들이 착용한 마이크를 통해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숨이 껄떡껄떡 넘어갈 것 같은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소리.
inhale
exhale
19분 30초 가 지나자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퍼포먼스를 멈추게 하였다. 어떤 이들은 두 사람의 퍼포먼스를 입맞춤을 하며 사랑을 나누는 친밀한 행동이라 여길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관계에 관한 작품이다. 깊이 촘촘히 연결된 관계에서 서로가 숨을 주고받아야 서로를 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하며 깊은숨을 몰아 내쉬며 살아있는 자만이 낼 수 있는 숨소리를 듣는다.
거친 숨소리
쿵쾅 거리는 심장
살아 있는 사람들만 낼 수 있는 호흡 말이다.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소리 말이다.
그 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이 모여 서로를 살리고 지키고 돕고 있음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