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절실한 존재

N 잡러의 미술관

by MamaZ

머리만 닿으면 곧바로 잠드는 건 뒤척일 힘마저 다 쓰고 눕기 때문이다. 하루를 아무리 쪼개 나눠 써도 모자란 게 시간이다. 일터에서 집에 돌아오면 엄마를 못 본 시간을 어떻게든 보상받으려 아이는 내게 달라붙는다.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 녀석은 끊임없이 조잘조잘거리다가 안아달라고 한다. 안기면, 그 품에서 한참을 있는다. 아기새 같다고 느꼈다. 아직 날 수 없는 아기새가 엄마의 온기에 안정을 얻고 불안을 덜어내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알까? 나 역시도 녀석을 품으며 불안을 덜어내고 안정을 되찾는다는 걸.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 같은 존재지만, 부모에게도 아이는 거대한 우주다. 아이는 수많은 가능성과 미스터리가 가득하다.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내 아이가 정말 괜찮은 인간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앞뒤 옆 위아래 다 훑으며 보고 자라니까 말이다.


default-4.jpg Mary Cassatt, Child Bath

Mary Cassatt은 결혼을 한적도 없고 아이도 없었지만 엄마와 자녀의 관계를 그림의 주제로 삼곤 하였다. 작가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에서 살림하는 여성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여자 화가를 예술가로 쳐주지도 않던 그 시절, 그녀는 실력 하나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어 굵직한 이름을 남긴 인상파 작가가 되었다.


비록 엄마의 삶은 살지 않았지만, 그녀가 바라보는 엄마와 자녀의 관계는 사랑 자체가 기초가 되어 쌓아 올린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엄마의 역할은 사회에서 그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여자가 그 어떤 선택의 여지없이 그냥 집에서 애나 돌봐야 하는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가 바라본 엄마는 양육자이자 보호자이자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세상으로 표현하였다. 한 아이에게 기꺼이 우주가 되어주고 또 우주 같은 아이의 사랑을 가득 받는 엄마로 표현하였다.


따뜻한 물에 아이의 발을 살짝 담가본다. 부드럽게 아이의 발을 닦은 그 손에 사랑이 깃들어 있다. 무릎 위의 아이는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사랑을 느낀다. 서로를 향한 말투, 몸짓, 손길은 모두 두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엄마와 아이만의 영역을 작가는 잡아낸다.


Mary_Cassatt_-_Mother_and_Child_(The_Goodnight_Hug).jpg Mary Cassatt, Good night hug

나른한 늦은 오후 아이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아이가 좋아한다. 아이가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리자 바로 곯아떨어진다. 아이의 꿈틀거림에 잠이 깼다. 엄마의 무거운 머리를 참고 견뎌내며 잠을 깨우지 않으려 했지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게다.


"미안해. 무거웠지. 비키라고 진작 말하지 그랬어."

"엄마가 자니까 참았지"


Mary Cassatt이 지금 이 시대 살았다면 그리고 내 옆에 있었다면, 그녀는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는 어린 딸 아이의 모습을 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그림 속에 겹겹이 쌓아 올린 사랑과 신뢰가 보인다.믿을 수 있는 사람, 내 편이 되어줄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보호해줄 사람, 내 불안을 덜어줄 사람, 나를 온전히 사랑해줄 사람이 아이에겐 엄마다. 그리고 엄마에겐 아이의 존재가 자신을 더욱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좀 더 책임감 있고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따듯하고 좀 더 참을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아이도 엄마를 키운다.


서로에게 절실한 존재임을 Mary Cassatt의 그림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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