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잡러의 미술관
기가 막히는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송중기의 매니저였고 그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꿈에서도 목소리가 좋았고 피부도 참 고왔다. 그런 그가 수리남에서 영화 촬영이 있었고 나는 그와 함께 수리남에 갔다. 그는 촬영 중이었고 나는 그곳 스태프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갓난아기를 보았다. 꿈에서까지 모성본능을 탑재하였는지 나는 이름도 모르는 아기를 프로페셔널하게 먹이고 입히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그때 마침 송중기 배우님의 촬영이 끝났고 나는 그를 비행기에 태워야 했으나 아기를 돌보느라 미쳐 그의 여권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화가 났고 (화가 났어도 곱더라) 나는 어쩔 줄 몰라하던 차 너무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똥 싸러 간다"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던 순간 기가 막히는 타이밍에 아이는 날 깨웠다. 똥 싸러 간다는 아이를 껴안고 말했다.
"네가 엄마를 구했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엄마 품에 안겼지만 이내 웃는다. 아이가 볼일 보러 간 사이 나는 혼자 미친년처럼 낄낄 거리며 웃다가 꿈을 잊어버릴까 적어 놓았다.
꿈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쩜 그리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인간은 잠을 자는 순간 그러니까 가장 취약하고 그 어떤 방어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재밌는 상황에서는 깔깔 웃기도 하고, 슬픈 꿈에 흐느끼고, 무서운 꿈에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마치 몸과 마음과 머리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하듯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뭉그려트린다.
어떤 그림을 가지고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겠다는 생각은 매일 하지만, 현실에서 글을 쓸 시간은 온 가족이 잠들고 오롯이 나 혼자 있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오면 내 눈꺼풀도 슬그머니 내려온다. 졸음을 참으며 글을 쓰는 지금, Picasso의 The dream이라는 작품과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빨간 의자에 앉아 잠시 책을 읽다 잠든 여자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자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그녀의 목에는 비즈 목걸이가 걸쳐 있고 어깨를 훤히 보여주는 옷은 흘러내려 그녀의 가슴을 살짝 보여준다. 깊은 잠을 잘 수 없는 자세지만,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쉼을 얻고 있다. 의자 뒤로 보이는 벽지와 가구는 내가 알 수 없는 공간,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평온을 느끼는 장소임은 분명한 듯하다. 지금 이 순간,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잡아낸 작가는 그녀가 꾸고 있는 꿈 보다 쉼을 얻고 있는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작품을 만든다. 우아함과 사랑스러움 귀여움과 평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 속에 작가와 작품 안에 깃든 여유가 느껴진다.
작품의 여인이 무슨 꿈을 꾸고 있을지 상상을 해본다.
예쁜 꽃향기라도 맡고 있지는 않을까?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있지는 않을까?
무의식 속에서도 저렇게 평안하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면 그녀의 의식세계는 분명 그만큼의 평안과 안정이 깃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안에 잠재되어있던 불안, 컴플랙스, 분노 같은 것이 쌓여 꿈속에서도 날 괴롭힌다면 얼마나 싫을까?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내뱉는 말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무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사고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내가 보인다.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느끼는 불안이 송중기의 특별 출연으로 내 꿈에 투영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
똥 싸러 가겠다는 아이의 음성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피식 웃는다. 그 어떤 불안 속에도 날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인 것 같아서 말이다. 사랑으로 바라봐 주고 인내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우아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게 또 우리 인생인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올리고 잠들면 어떤 꿈을 꿀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도 날 구해줄 내 새끼가 옆에서 자고 있으니 괜찮을게다. 우아하게 아름답게 평화롭고 사랑스럽게... 그렇게 잠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