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11시간전

예상하지 못한 것을 위한 여유

삶의 모든 분야에서 여유는 꼭 있어야 한다.

아는 꼬맹이가 있다. 내가 아는 녀석 중 가장 고집이 세지만 그 녀석만큼 웃는 모습이 귀여운 아이는 또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이다. 4살 고집이 뭐 그리 대단하겠나 싶겠지만 이 녀석은 결이 다른 고집을 가지고 있다.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그 어떤 회유와 협박도 먹히지 않는다. 매번 그런 고집을 부릴 때마다 녀석의 부모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 웃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욱했던 마음이 오래가진 못한다. 역시 녀석은 알고 있다.  웃음과 애교가 먹힌다는 걸.


녀석이 우리 집에 오면 나는 아이스크림과 사탕 초콜릿으로 녀석을 꼬신다.


"이모 한 번 안아줘 봐~ 그럼 사탕 줄게"

"저기 가서 누나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해. 그럼 이모가 과자 줄게"


이 녀석 쉬운 남자다.  사탕 하나에 그냥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심부름도 해준다.

나는 약속을 매우 잘 지키는 이모니까 아이에게 약속한 아이스크림과 캔디를 준다.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는 사탕과 아이스크림으로 맺어진 꽤 두터운 믿음 혹은 의리 같은 게 있다.


어느 날 녀석의 엄마가 내게 며칠 전 일어난 일이라며 이야기를 해줬다.

"아니! 글쎄 사탕이랑 초콜릿을 몰래 지 방에 가져가서 다 까서 먹은 다음에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린 거예요! 걸리지 않을라고 이게 아주 잔머리를 굴린 거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얼마나 크게 웃었던가!  녀석은 계획이 있었던 게다. 그 작은 머리에서 어떻게든 먹겠다며 철저한 계획을 세웠을 텐데 이제 부모가 알아버렸으니 다음에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것이다.


사람은 그렇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마음, 혹은 무언가 피하고자 하는 마음, 무언가 갖고자 하는 간절함, 혹은 무언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때 사람은 그것을 얻기 위해, 피하기 위해, 하기 위해, 잃지 않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행여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상상해 보면서 그때 맞는 말과 행동과 표정을 준비한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연스럽기 위해서 말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서 살아남고 견디고 버티는 일을 한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그런 일이 닥칠 때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나는 당황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다. 나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세상아 덤벼라 하면서.  


요즘 시대는 유튜브로 미리 경험한 자들의 이야기 혹은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만들어낸 생생한 노하우 비디오를 통해 이미지트레이닝 같은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맛있는 케이크를 굽는 영상부터 직장 인터뷰 혹은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옷을 어떻게 매치해야 예쁘게 입을지 변기가 고장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운동과 균형된 식단까지 영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들의 성공담과 실수 없는 완벽한 결과물에 나 역시도 저리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 같은 게 자라난다.


하지만, 늘 인생은 내 철저한 이미지 트레이닝과 철저한 계획을 피해 상상하지도 못하고 예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어퍼컷을 날린다. 헤헷! 너 한 번 골탕 좀 먹어봐라 하면서!  그래서 삶은 너무 야속하고 못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공든 탑을 톡 하고 무너뜨리니까. 그래서 나는 철저한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만큼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위한 "여유"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야 내가 다음에 또 낼 힘이 있고 견디고 버틸 힘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게"와 "걸"도 괜찮아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꼬꾸라지지 않을 수 있다. 꼬꾸라지면 너무 아프지만 또 꼬꾸라질 때 일어서려면 충분한 여유힘이 있어야 가능하니까 말이다.


인생은 짧지만 또 되게 길더라. 그래서 너무 급할 필요도 너무 다 잘할 필요도 없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냥 적당히 잘 견디고 버티고 살다 보면 맷집도 뱃장도 두둑해진다. 그럼 조급함도 사라진다. 그러니까.. 그냥 오늘 하루... 여유 좀 부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의 도움이 절실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