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산타가 안 온다

내 돈으로 샀단 말이다

by MamaZ

딸아이가 아직 어렸던 12월 어느 날 녀석은 내게 물었다

"엄마 우리 집에 산타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에게 산타는 얼마나 신기한 존재인가? 붉은 옷을 위아래로 입고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체 코가 빨간 루돌프가 모는 기가 막힌 썰매를 타고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준다는 산타는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있는 신이다.


딸아이는 그런 산타가 우리 집에 오나 싶었는지 생각날 때마다 묻곤 했다. 어린이 집에서 동화책에서 읽은 산타는 굴뚝을 타고 내려와 아이가 준비한 쿠키와 우유를 마시고 선물을 쓱 놓고 간다던데 우리도 그가 오면 마땅히 쿠키와 우유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내 친할머니는 손주 손녀들이 모인 곳에서 산타는 없다는 큰 폭탄을 터트리고 말았다. 난 그 말을 듣자마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도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받아본 적 없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딴 게 있었을 리가 없다.


내 딸아이는 너무나 궁금했다.

산타가 있으면 너무 설렐 것 같은데 말이다 다짜고짜 믿자니 뭔가 찜찜한 거다. 녀석에겐 그의 존재가 진짜인지 아닌지가 매우 중요했다. 집요하게 내게 묻는 아이에게 나는 두리뭉실할게 믿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물론 내 종교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아이에게 동심 어린 경험도 있어야겠지만 사실 난 산타의 존재는 부모가 봤을 때 거저 먹는 매우 못마땅한 존재라 여겼다.


자본주의의 노예로 투 잡을 뛰면서 힘들게 돈 벌어서 내 새끼가 좋아할 만한걸 사서 포장까지 다 해놓고 내 새끼 품에 안겨주는데 그 모든 공이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노인네한테 간다는 게 너무 싫었던 게다. 네 엄마 아빠가 등꼴빠지게 일해서 번 돈으로 네가 원하는 선물을 사다가 안겨줬음을 가르치는 게 맞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매우 솔직해지기로 했다.


우리 집에는 산타가 안 와.

왜?

엄마 아빠가 오지 말라고 했어. 우리 집에는 산타가 오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가득 사줄 수 있다고 다른 친구들에게 가라고 했지.

왜 그랬어?

산타가 정말 필요한 친구에게 가야 하니까.


아이는 그 이후로 다시는 산타가 오는지 안 오는지 혹은 진짜인지 아닌지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나는 산타라는 존재는 실제로는 없다고 말해주었고 녀석에게 물었다.


"혹시 엄마가 이렇게 말해줘서 속상해? 믿고 싶었는데 없는 존재라고 해서?"

그러자 아이는 말했다.

"없는 데 있다고 하면 거짓말 아냐? 거짓말을 뭣하러 믿어?"

"그러게.. 네 말이 맞다. 그래도 친구들이 산타를 믿으니까 넌 그냥 모른척해"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았던 녀석은 12월이 되면 친구들의 산타 타령에도 입을 꼭 다물어야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세상의 큰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꽤 큰 자부심을 갖었다.


"너네들은 모르는 거대한 비밀을 난 알고 있다"




그 거대한 비밀을 일찍 알아버린 아이에게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낌없이 사줬다. 녀석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 옷, 책, 미술용품을 바리바리 사다가 포장을 했다. 아이와 함께 나는 매해 크리스마스 때면 새 장난감을 사서 단체에 기증을 했다. 내 새끼가 누리는 호사를 다른 애들도 좀 누렸으면 해서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마땅한 존재니까.


우리는 올해 한 기독교 단체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 박스 6개를 만들었다. 그 선물 박스가 어느 나라 누구에게 갈지는 모르지만 우린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담았다. 그들에겐 우리가 산타가 되는 걸까? 아닐 것이다. 미국에 사는 어느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선물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마음정도가 전달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크리스마스니까.


충분히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나눌 때다.

마음을 나누고 선물을 나누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눌 때 생기는 기쁨이 있다. 난 그 기쁨을 내 새끼가 깊이 누리며 성장하길 바란다.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사람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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