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거리는 적당하게

부모와 자식의 안전거리

by MamaZ

나이를 먹으면서 또 종교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내 마음의 평화다. 사실 목사의 아내로 살 때는 이것을 지킨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부당하고 정직하지 못하고 억울한 일들을 보거나 경험할 때 내 마음의 평화는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 어떤 말도 표현도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내 평화가 흔들린 경우는 늘 있었다. 병원에서 학교에서 상식에 벗어난 행동과 말을 하는 이들에게서 내 평화를 지킨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고 진상과 경우 없는 것들과 맞서는 일을 매번 했다. 나는 그들과 싸웠고 이겼고 가끔은 처절하게 패하기도 했다.


삶은 왜 이리 고달픈 걸까?


그래서 나는 종종 차갑다는 말도 듣고 냉정하다는 말도 듣는다. 나는 절대 내가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나는 매우 정이 많고 눈물도 많은 여리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내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끔 차갑고 냉정함을 선택해야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소리를 듣든말든 내 평화가 조각나지 않도록 내 마음을 감싸고 지켜내는 게 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우선수위다.


언젠가 친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의 삶에 가장 깊은 생채기와 영향을 주는 건 가족이라며 그들에게서 너무 해방되고 싶지만 해방될 수 없는 족쇄 같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한적 있다. 가족만큼 내 평화를 지켜주는 사람이 없지만 또 가족만큼 내 평화를 산산조각을 낼 수 있는 사람들도 없다. 천륜이라는 그 관계에서 나의 평화를 지키려면 나는 어느 정도의 안전거리를 둬야 하는 걸까? 부모와 자식 간의 안전한 거리는 어느 정도 일까?


사춘기에 가까워지는 딸아이를 보며 또 녀석의 친구들을 보며 어느덧 부모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녀석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어쩌면 녀석들이 간직하고 있는 말 못 할 비밀들 (그래봤자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 만다의 이야기겠지만)을 파헤쳐보면 그 마음 깊숙한 곳에선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을까 혹은 혼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자식은 부모를 실망시키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자 마음의 평화가 조각 나는 일이며 자신의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다.


난 그랬던 것 같다. 내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부었던 딸이었다. 그 노력 가운데 나는 평화로웠을까? 아니었다. 난 평화를 느낄 틈조차 없었다. 난 늘 불안했다. 충분히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내가 갖춰야 할 덕목이 참 많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난 너무 비참하게 부족한 딸이라 느껴졌던 그 순간들에서 평화는커녕 자기혐오만 많아졌다. 나이를 먹고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 모든 순간 내가 느꼈던 그 모든 슬픔과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들 속에 어린 내가 애처롭게 느껴진다.


"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았다"


그 말은 사실 당시 부모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였겠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말은 나 스스로에게 해줘야 하는 말이었다.


"넌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매우 잘 컸다. 자부심을 갖고 살아도 된다"


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건강한 안전거리를 둬야겠다고 결심한 그때부터 나는 종종 냉정함과 차가움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다.


나의 딸아이도 언젠가 나에게 그런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그때 많이 섭섭할까?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부모의 품을 떠나 완벽하게 홀로 서는 것. 그것이 양육의 목적이고 끝이니까.


그전까지 나는 내 딸에게 내가 듣지 못했던 말을 매번 해줄 것이다.


넌 충분히 마땅히 아름다운 존재라고.

너무나 자랑스러운 존재라고.

그래서 엄마는 네게 사랑 말고 줄 게 없다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지하 101층에서 널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