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u 쇼핑과 헛헛함
온몸의 수분이 코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한 코감기에 걸렸다. 코는 막히고 숨은 입으로 쉬니 입안이 바짝바짝 마른다. 줄줄 흐르는 콧물을 풀자 코끝이 헐어 벌겋다. 하지만 아무리 코를 풀어도 코는 막혀있고 귀마저 압력에 의해 멍하다.
코가 너무 헐자 로션이 가득 묻혀 있다는 부드러운 휴지 한 통과 물을 약국에서 구입했다. 사실 코가 뻥 뚫리는 뭐가 있을까 싶어 들린 약국이지만 그런 마법의 약은 없어 보였다.
휴지 한 통과 물을 사자 7불 남짓한 돈이 나온다. 전화기로 탭을 하자 후다닥 계산이 되고 영수증을 받는다. 이 얼마나 간단한 세상인가?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세상에 살다 보니 지갑은 카드 몇 장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얇아졌는데 이젠 카드조차 필요 없이 전화기로 탭을 하면 된다.
돈과 맞바꾼 물건들을 싣고 일터로 향했다. 아무리 감기에 심하게 걸렸어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먹고살고 입고 가르치며 살 수 있으니까.
봉지에 물 한 병과 휴지 그리고 영수증 종이가 있다.
오늘 나는 7불이라는 돈과 이 두 개의 물건을 맞바꿨다. 휴지와 물은 7불만큼의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고 내 영수증이 말해준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수메르 인들이 사용한 Cuneiform이라고 한다. 사실 이 문자도 해석을 해보면 영수증과 같은 역할이었다고 한다. 어느 놈이 뭘 얼마나 가져갔는지를 적어놔야 받을 거 받고 줄 거 주는 경제가 돌아갈 테니 말이다.
인류의 역사의 첫 문자가 러브레터도 종교적 가르침도 아닌 영수증이었다고 생각하니 역시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 였구나 싶어 아주 얕은 한 숨이 나온다. 그 누구도 손해보지 않고 공정하고 똑같이 주고받는 것에 대한 중요성. 내가 내고받는 것의 가치가 같아야만 가능한 흥정. 이것은 모든 시장 경제의 기본이다.
주고받는 것.
사고파는 것.
공정하고 공평하게 물건의 가치만큼 돈을 주고 물건을 받기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끝이 없다. 세상은 계속 예쁘고 아름답고 쓸모 있고 혹은 쓸모없고 유용하거나 비싸거나 싸구려를 만들어 낼 테고 그것을 사기 위해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에서 사는 우리에게 영수증은 물건의 가치를 숫자로 표현해주는 가장 정직한 종이 한 장이다.
John Atkinson Grimshaw의 작품 In the Artist's house를 처음 본건 내가 팔로우하는 어느 미술관의 포스트였다. 이 그림에 눈이 갔던 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이 작품을 내 컴퓨터 스크린으로 저장까지 할 정도로 이 그림에 푹 빠졌다. 작가가 선택한 그린은 대자연의 초록빛이 아닌 럭셔리하고 고급진, 마치 옥과 같은 색감을 썼다. 거기에 금빛과 붉은색 또 군데군데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모습은 볼거리가 많은 그림을 만들어냈다.
제대로 플렉스 한 어느 부잣집 고명딸 같은 여자가 일본 냄새 물씬 풍기는 소파 위에서 비스듬히 누워 관객을 바라보는데 그녀 주변에 비싸고 아름다운 물건들이 가득하다.
수가 놓인 비단, 항아리, 그림, 벽지, 가구, 그림들이 화폭을 가득 매웠지만, 고명딸 (사실은 작가의 아내일 것이라 함)의 표정에는 만족함이 없다.
옅은 분홍빛 고운 옷을 입고 아름다운 것들로 주변을 가득 채워보지만 여자는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로 관객을 쳐다본다. 그녀의 표정에 욕망이 보인다. 더 소유하고 싶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허기 같은 것 말이다. 아름다움에 둘러 쌓여있지만 더 이상 그 아름다움에 눈을 주지 않고 새로운 것, 다른 것, 내 수중에 없는 혹은 내 소유가 아닌 것을 향한 욕망은 이 그림 속 저 방이 앞으로 다른 것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걸 예상하게 한다.
그런 그녀에게 이 방에서 단 한 개만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다 버려야 한다면 무얼 고를지 궁금해진다. 도자기일까? 값비싼 가구일까? 비단? 그림? (나라면 저 소파를 선택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잃어도 되는 것, 버려도 되는 것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더 가지고 채워야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은 늘 우리의 성공과 빗대어 "욕심"을 좀 내며 살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하니까.
죽었다 깨어나도 이것 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과 반려동물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건에 있어서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거 딱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무얼 고를까? 왜 그것을 골랐을까?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엇이 나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작은 영수증 하나에 담은 가치 있는 소중한 그 물건이... 뭘까?
너무 물건 치여 살아서 인지, 아직 물건을 더 채워 넣어야 얻을 수 있는 답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아직 모르겠다.
(중국 사이트에서 쓸모없는 물건들을 가득 산 후에 느끼는 헛헛함이 글에 묻어있다.)